brunch

매거진 동시 상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은경 Jul 22. 2024

고양이 시 두 편

그림 : 신재섭






낭만 고양이 


          

벚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순간 

알람이 울리는 시계를 주세요     


눈을 감고 봄볕을 쬐다가

알람이 울리면 

벚꽃잎을 맞으며 걷는 고양이가 될 거니까요

까만 내 털과 어울리지 않겠어요     


시간이 멈추는 시계도 있을까요?

얼마 전에 사귄 삼색 고양이랑

벚나무 아래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우리가 눈이 딱 마주치면

시계가 멈추고

언제까지라도 벚꽃잎을 맞으며 

다정히 바라볼 거예요     


변은경,『동시마중』 2024년 7.8월호







심부름      


         

아기 고양이가 엄마 심부름으로  

생선 한 마리를 사요

맛있는 저녁 식탁을 떠올리며

꼬리를 한껏 들고 사뿐히 걸어요     


부러워하는 삼색 고양이를 지나

골목 구석에 앉아

꼬리를 살짝 떼어먹어요     


골목을 나와 

낮잠 자는 얼룩 고양이를 피해

멀리 도망가요

뒤를 흘끔 보고 꼬리를 전부 먹어요     


집이 보이는 나무아래서 잠깐 쉬어요

일어서다 다시 앉아서

생선 등을 야금야금 먹어요

부드러운 뱃살도 모두 먹어 치워요     


머리만 남은 생선 뼈를  

식탁에 올려놓고 울기부터 해요

엄마,

알지 그 사나운 얼룩 고양이



변은경,『동시마중』 2024년 7.8월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