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
나는 매일, 허리를 펴고 일기를 읽고 밤 10시에 자고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설거지를 미루지 않습니다.
일요일 내내 마음껏 게으름을 부렸습니다. 해가 저물어야 금방 끈 모니터 앞에서 정신을 차립니다. 대충 벗은 옷가지, 책상 위의 과자 봉지, 그릇으로 가득 찬 싱크대.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제시간에 일어났고 할 일에 대한 계획도 세웠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어긋난 하루의 순간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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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을 다녀오니 배가 고픕니다. 전자레인지에 밥을 데우고 냉동실 속 국도 냄비에 옮겨 끓입니다. 밥을 먹을 준비가 다 되면 보고 싶은 영상을 켭니다. 혼자 하는 식사 시간은 짧습니다. 밥을 다 먹은 순간 두 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하나는 컴퓨터를 끄고 설거지하기. 나머지 하나는 대충 그릇을 치운 후 영상을 마저 보기. 10년이 넘는 기간 참 올곧게도 하나의 보기를 선택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한 순간 빈 그릇을 앞에 두고 게으름으로 가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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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하느라 느려진 몸이 마주하는 첫 번째 일이 바로 설거지 입니다. 식곤증으로 쏟아지는 귀찮음을 뒤로하고 고무장갑을 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똑같은 실패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사용한 그릇은 주저없이 씻어야 합니다. 정돈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태함을 떨치는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더럽혀진 상태의 주방을 두고 했던 일들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았습니다. 짜놓은 계획에 힘을 쏟을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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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끝날 무렵 싱크대 앞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건조된 그릇부터 찬장에 정리한 후 고무장갑을 낍니다. 식사 중 생긴 비닐, 플라스틱, 통조림 캔을 구분하고 음식물을 한곳에 모읍니다. 거품 낸 수세미로 냄비를 문지르고 기름이 묻은 그릇들을 온수로 씻어냅니다. 설거지를 마치니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어두운 저녁이 아니라 밝은 낮에 해야 했던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처음으로 선택한적 없던 보기가 되길 다짐합니다. 단지 설거지 하나로 자신을 몰아세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설거지를 제때 해치우는 사람이 된다면 다른 형태의 게으름과도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