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Apr 06. 2022

나는 매일, 감정의 쓰레기통을 비웁니다.

Day 17

여름을 맞이하여 퇴근 후 시원하게 머리를 잘랐습니다. 잘 다듬어진 머리에 대한 만족도 잠시, 거울 속으로 빨갛게 부은 두피를 발견했습니다. 눈여겨보지 않던 자리에 흰머리도 생겼습니다. 다음날 두피, 탈모 전문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두피 촬영과 함께 스트레스 검사도 진행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염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두피를 막아 가렵게 하고 모발의 굵기와 개수에 영향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되도록 마음 편히 먹으라는 조언과 함께 치료를 받았습니다. 30살 이후 듣게 되는 병의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입니다. 잠을 잘 못 자 받은 상담의 결과도 스트레스이고 손등에 생겼던 대상포진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입니다.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곧잘 다듬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같이 보이지 않는 감정은 삶에 치여 소홀할 때가 많습니다. 몸의 한 부분이 곪아야 부랴부랴 마음을 정돈합니다. 고장 난 몸을 통해서 그동안 방치했던 불만과 짜증을 발견하는 꼴입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듯 단번에 스트레스를 쳐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일 몸을 씻으며 건강을 유지하듯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순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짧더라도 스트레스를 비워낼 시간을 확보하는 것. 얼마큼 어떻게 비울지에 대한 계획은 마음의 병을 예방합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적어봅니다. 그중 폭식과 같이 몸을 해치는 행위는 지우고 자주 누릴 수 있는 작은 해소법을 나열합니다. 제 경우엔 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친구와의 대화, 음악을 들으며 세우는 계획, 어플로 당일 참가하는 풋살 경기 등이 있습니다. 스스로 다독이는 시간은 불안을 멈추고 다시 시도할 용기를 줍니다. 매일 무수한 일을 확인하고 결정하느라 체력과 집중력을 사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찌꺼기가 쌓입니다. 어쩌면 가득 채운 쓰레기통을 이고 다니며 나와 주변을 병들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진이 끝난 후 노폐물을 씻어내는 두피 스케일링을 받았습니다. 뜨끈한 스팀으로 묵은 각질을 불린 후 향기로운 샴푸로 씻어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꼼꼼하게 드라이까지 받은 후 다시 한번 의사 선생님과 마주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좋은 생각은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한다고 틈틈이 즐거운 상상을 하길 권하셨습니다. 머리만큼 산뜻한 마음으로 한의원을 나섰습니다. 퇴근 후 미용실을 다녀오거나 병원 한 번 방문하면 끝나버리는 짧은 평일 저녁입니다. 부족한 여유가 아쉽지만 자신을 몰아세우는 대신 온종일 애쓴 마음을 다독입니다. 감정의 쓰레기통을 제때 비운다면 현명한 하루를 즐기리라 기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매일, 탄단지를 섭취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