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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Feb 14. 2020

그리움을 품고 숨어있는 도시, 프랑스 아를

#1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면서 그가 살았던 도시 중 프랑스 아를이 궁금해졌다. 헬싱키를 경유해 파리에 도착한 후 바로 렌터카로 1,000km를 달려 늦은 오후에 아를에 도착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아를은 상상 속의 풍경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색바랜 건물들과 광장의 회전목마, 밝은 표정의 사람들을 잠시 스쳐가는 자동차 안에서 봤을 뿐인데도 애틋하게 기다려 온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텔에 주차를 하고 체크인도 하지 않고 드로잉북과 펜만 챙겨 광장으로 뛰어나왔다.


점점 떨어지는 태양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 걸음이 빨라지다가 거의 달리기를 했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시내에 진입해서 봤던 회전목마가 있는 광장이었다. 낡고 볼품없는 작은 목마가 빙글거리며 돌아가는 광장의 풍경은 영화나 동화 속 장면처럼 보였다. 헤드폰을 끼고 광장이 잘 보이는 길 건너편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2

아를의 전경을 보고 싶어 로마시대 건축된 원형경기장을 찾았다. 카페를 나와 골목길을 조금 걸으니 규모는 작지만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 원형경기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자켓에 달린 모자를 쓰고 가까운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찬찬히 눈을 돌려 멀리 짙어지는 푸른 하늘과 별처럼 떠오른 마을의 가로등, 은하수처럼 흐르는 바람을 살폈다. 광장에서 돌아가던 회전목마의 빛도 더 밝아진 것 같았다. 쓸쓸한 겨울이지만 옹기종기 모여앉은 구도시의 풍경은 외로운 여행자에게 잠시나마 행복과 평온함을 선물했다.


아를의 풍경을 그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떠올려 보려고 애썼지만 차가운 바람 탓에 머릿속이 하얗기만 했다. 대신 하얗게 변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었다.



#3

해가 짧은 겨울 오후라 서둘러 돌아다닌 것도 있지만 아를은 상상했던 것보다는 작은 도시였다.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의 실제 장소인 고흐 카페와 별이 쏟아지는 론강은 마지막에 보려고 남겨두었다. 해가 건물 너머로 낮아질 무렵 고흐의 카페를 찾았다. 노란벽면과 노천 카페 차양이 실제 그림 그대로였지만 쓸쓸한 겨울날의 카페 풍경은 그림 속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면 그림 속 풍경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카페 주변 골목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렌지빛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하늘엔 달과 별이 떠올랐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카페의 풍경은 황량하기만 했다. 그림 속 고흐의 밤의 카페를 활기차게 만든 것은 어쩌면 카페에 모여 앉은 사람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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