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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Nov 26. 2019

모아이의 천국, 이스터섬을 찾아서

칠레 이스터섬 여행

남미 대륙에서도 좀처럼 가기 어렵다는 신비의 서쪽 끝 섬을 알고 있는가? 예부터 섬에 살던 원주민들은 이스터섬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면서 라파누이(Rapa Nui)라는 이름을 붙였다. 억겁의 세월을 견뎌온 대자연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순수한 모아이 석상을 보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여행자가 이곳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이다. 이스터섬은 제주도의 1/11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온갖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이스터섬은 16세기 초반, 네덜란드의 탐험가였던 J. 로게벤에 의해 발견됐다. 공교롭게 섬을 발견한 당일이 5월 5일, 부활절(Easter Day)라서 지금의 이름이 붙은 것.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공식적으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모아이 석상에 관한 수수께끼는 늘 세계인을 궁금하게 한다. 남미 대륙에서도 서쪽으로 머나먼 남태평양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이 석상을 만들었는지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외계인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모아이를 만들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려올 정도다. 지난 2008년 가수 서태지의 8집 타이틀 곡 <Moai>가 크게 히트하면서 한국인 여행자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아후 타하이(Ahu Tahai)는 항가로아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모아이 유적군이다. 태평양을 등지고 다섯 개의 모아이가 우뚝 서 있는데, 이스터섬 최고의 선셋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항가로아에서 걸어서 약 20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기에 일몰 무렵이면, 섬을 찾은 여행자 대부분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든다. 항가로아 남부에 자리한 오롱고(Orongo)는 거대한 분화구다. 오래 전 이곳을 지배한 원주민들의 왕을 선출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도 했다. 분화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벼랑 끝에 서면 반대편으로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렌터카를 몰고 섬 동쪽 끝으로 달리면 아후 통가리키(Ahu Tongariki)에 닿는다. 거대 모아이 석상 15개가 일렬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장소다. 이곳에 서있는 15개의 모아이 석상은 이스터섬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1960년대 이곳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대부분의 모아이가 훼손됐는데, 1990년대 초반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근처에 자리한 라노 라라쿠(Rano Raraku)는 거대 모아이 채석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터섬에서 모아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으로 과거 원주민들의 작업 흔적을 볼 수 있다. 군데군데 만들다 중단한 모아이 400여 개가 흩어져 있다. 



북쪽으로 달리면 섬의 유일한 해수욕장, 아나케나 해변(Anakena Beach)을 만날 수 있다. 유럽의 탐험가가 섬을 제일 먼저 발견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해변 한쪽에는 아후 아트루 후키(Ahu Ature Huki)라는 모아이 석상이 있는데, 이스터섬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이스터섬 곳곳에는 수많은 모아이 석상이 우뚝 서서 매일 다양한 여행자를 만나고 있다. 큰 비용과 시간을 치르고 이스터섬의 모아이와 만나는 것, ‘세상의 끝’ 서봤다는 느낌에 전율이 샘솟는다. 운 좋게 이곳을 찾은 나도 가수 서태지처럼 모아이를 바라보며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순수했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TRAVEL INFORMATION

이스터섬 - 흔히 남미를 대표하는 명소라면 페루의 마추픽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이스터 섬을 빼놓고 남미를 논할 수 없다. 이스터 섬은 ‘남미 최고의 엘도라도’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섬. 일반적으로 남미를 한 번 가기도 어려운데, 이스터 섬까지 가는 이는 매우 드물다. 칠레 본토에서 5시간이나 되는 비행 거리와 높은 물가 때문. 선택받은 자들만 밟아볼 수 있다는 미지의 섬, 그래서 더욱 끌린다. 




항가로아 - 이스터섬을 찾은 여행자는 섬 서쪽에 있는 항가로아(Hanga Roa)에 짐을 푼다. 섬에 여행안내소가 하나, 주유소가 하나, 우체국이 하나, ATM이 두어 개 있고 숙소와 레스토랑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보통 이곳을 찾은 여행자는 4박 5일 정도 머물면서 렌터카로 이스터섬 곳곳을 누빈다. 걸어서 돌아다닐 생각은 애초에 접어두는 것이 좋다. 또 간혹 스쿠터를 빌리는 이들도 있는데, 비싸도 렌터카를 추천한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이곳에 온 만큼, 숙소나 렌터카 비용이 아깝다고 머뭇거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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