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인생이 꼬인다면? 혹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남은 똑똑한 녀석마저 그 길 끝에서 뒤돌아보며 내게 물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나는 무어라 열심히 소리 높여 대답했지만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한없이 가파른 내리막길만 주시하고 있었다.
내 외침은 허탈하게 흩어지면서 녀석 뒤에 그림자처럼 깔렸다.
터덜터덜. 위태로이 아래를 향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모습 뒤로 나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스산한 깨달음이 급습했다.
이제껏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의문과 헤아리기 어려운 답답함.
그 입자들이 하나로 뭉친 단단한 돌덩이가 머리를 강타하는 듯했다.
명민한 머리와 화려한 언변을 갖추고도 서서히 아래로 떨어져 가던,
그 추락의 순간에조차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하던 지인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내가... 내가 왜...?
가만히 있기만 해도 광채를 발하던 그 존재들은 세상이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욕구불만이 분노로, 원망으로, 무기력으로 바뀌는 경로를 고스란히 밟으며
항상 똑같은 지점에 도달했다.
살다 보면 이런 감탄을 자아내는 머리 좋은 사람을 종종 만난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의 두뇌회전을 삶의 모든 부분에서 발휘하는 만큼 경외의 대상이다.
고만고만한 우리끼리 한 문제를 붙들고 끙끙대면 곁눈질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던 친구,
앉아있는 시간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자랑하는 같은 반 아이,
'옛다 가져라' 하는 느낌으로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동료,
책에서든 웹에서든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흡수해 핵심만 뽑아내는 지인 등등.
입출력 기능이 평범한 뇌를 가진 데다 '이래서 되려나' 싶으리만치 뭘 해도 느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솔직히 누군들 그 사실을 부정할까?
타고나지 못한 자로서 조금은 씁쓸하고 억울하지만,
그나마 저들이 앞으로 있을 곳은 딴 세상이리라는 예감이 위안을 주었다.
그 '어나더 리그'는 여기와 다른 규칙 아래 굴러갈 테니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렇게 내 '평범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나날을 보내는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낌새가 감지됐다.
이미 출발선부터 달랐던, 진작 치고 나가 시야에서 벗어났던 이들 중 일부의 현재 위치가 이상했다.
추월차선을 타기는커녕 '아직도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평균 수준보다 훨씬 뒤에 처진 사람도 있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삶의 어느 단계에 이르러 마주친 우리는 서로 몹시 당황했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