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인생 폭망이십니까? 되는 일이 없습니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당연히 그러리라 믿었던 사람을
엉뚱한 곳에서 발견하는 일은 항상 어색하다.
거기가 오히려 내 세상보다 훨씬 추레하거나 가시밭길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처음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예외일 뿐이려니 했지만,
살아갈수록 점점 많은 똑똑이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너무도 이상했다. 너희 왜 그러니.
1. 깜짝 놀랄만한 두뇌에 비해 학교나 직장 간판 같은 사회적 스펙이 떨어진다.
"걔가 거기밖에 못 갔다고? 왜?" "천재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2. 자신이 속한 집단을 깎아내리거나 연급 자체를 피한다.
"원래 성적대로라면 내가 갈 학교가 아니지. 시험을 망쳐서." "여기 수준이 안 맞아서 못 다니겠어."
3. 하는 일이 자주 바뀌는데 이상하게 다 안 풀린다.
"내가 이런 일에 열정 바칠 수는 없잖아요?" "그 시험 합격해 봤자 비전 없어서 관뒀어."
4. 인간 위키피디아처럼 아는 건 무지 많고 말도 청산유수다. 그러나 실생활 적용은 드물다.
(유명 투자 멘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분석적으로 맹비난하지만
본인은 그 멘토 자산의 0.0001%에도 못 미침. "내가 시작을 안 해서 그렇지, 일단 하면..." )
5. 성실한 타인의 계획이나 현업에 초치는 말을 하거나 부정적인 전망만 비친다.
"그건 레드오션 아닌가요?" "제대로 알아보면 그런 말 못 할걸."
6. 기본 태도가 '나 더 잘남', 냉소, 회의주의, 비웃음이다.
"나도 이미 생각해 봤던 거야." "그게 될 거라 생각해요?"
이들은 오랜 친구, 또는 가족의 일원으로 우리 옆에 있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움과 찜찜한 의문을 안겨주고는 한다.
대체 왜 저럴까. 왜 저 좋은 머리를 썩히면서 삐딱선을 탈까.
더 끔찍한 경우도 있다.
똑똑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아무래도 빠른 두뇌회전과 탁월한 학습 능력이다.
너무도 티가 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이들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엔 흔히 신동으로 여겨지며 주위의 기대를 가득 받고 자란다.
무엇이든 조금만 배워도 평균 이상을 해내고 누구보다 빨리 배운다.
학생 때는 '공부는 진짜 전혀 하지 않았는데 시험 잘 보는' 인간형으로 지낸다.
엉덩이로 공부하거나 아무리 애써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주변인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손쉬운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부작용이 서서히 싹튼다는 데 있다.
노력? 그게 뭔데?
그러나 진부하지만 불변인 진리 하나만은 이들 역시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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