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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6. 2019

북극 고대 에스키모, 사회 교류 활발

개 썰매로 수백 km 중간 교역지 왕래 

북극 지방에서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거나 순록을 치며 사는 에스키모(혹은 이누이트)들은 외부와의 큰 사회적 교류 없이 동떨어져 살아왔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북극지방의 발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극 고대인들은 개썰매를 이용해 수백㎞에 이르는 먼 거리를 오가며 교역에 참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래스카 노아턱 지방의 이누이트 가족 ⓒ Wikipedia


러시아 과학자들은 북극 고위도 지방에 위치한 조호바(Zhokhov) 지역을 발굴 연구해, 비교적 상세한 북극 고대인들의 삶을 고고학 학술지 ‘고대’(Antiquity) 2월 호에 발표했다.

     
북극 고대인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민들을 만나 의사소통을 하고, 일종의 현물시장(fairs) 같은 것을 열어 다양한 물건을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러시아나 미국,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의 극지방에는 산업시설이 있으나 극지방 전체에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아 인구밀도가 매우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인구밀도가 ㎢당 0.03~0.04명을 넘지 않고, 산업지대에는 ㎢당 0.35명으로 증가한 정도다.


조호바 지역에서 흑요석이 나는 크라스노예 호수 부근까지 2000Km 거리 중간에 있는 콜리마 강 유역 중간교역지 지도 ⓒ 김병희 / 구글 어스 


조호바 섬북극지방 최초의 거주지

   
조호바 섬은 지금의 동시베리아 해 북쪽 440㎞에 위치한 뉴 시베리안제도의 북위 76도 지점에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조호바 유적지는 고위도 북극지역에서 인간이 거주한 가장 초기의 증거로 간주된다. 이 정착지에는 지금부터 9300~8600년 전 25~50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먼 옛날 조호바 섬은 마지막 빙하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해수면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형성된 광활한 평원의 일부였다. 그 뒤 빙하기가 지나 얼음이 녹자 평원에 물이 들어차고, 침식작용이 이루어졌다.
     
현재 조호바 유적지는 지금의 조호바 섬 남서쪽, 강한 남서풍이 휘몰아치는 높이 120m 언덕 기슭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고대인에게 매우 편리한 곳이었다. 언덕은 관측소 역할을 했고, 해안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오는 목재를 공급받았다.


동시베리아 북극해 조호바 섬 유적지에서 발견된 흑요석으로 만든 석기들 ⓒ Vladimir V. Pitulko et al 


2000㎞ 떨어진 지역에서 가져온 석기 재료

   
연구팀은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을 실시해 유적지의 상당 부분인 571㎡에 이르는 면적을 조사했다. 발굴 조사 과정에서 돌과 뼈, 뿔, 큰 동물의 엄니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많은 도구들이 발견됐다. 이 도구들은 사냥할 때의 무기나 썰매의 부속품 그리고 다양한 일상생활용 도구들이었다.
     
석기 유물 중에는 미세하게 각을 세운 돌날들이 많았다. 이 돌날들은 측면에 날을 세워 창이나 화살(dart)촉, 혹은 칼로 쓸 수 있는 복합 도구 역할을 했다.
     
이들 석기 대부분은 그 지역에서 나는 석영 같은 규산질 암으로 만들어졌으나, 일부는 흑요석이나 화산 유리 같은 그 지역에서 나지 않는 이색적인 재료로 제작됐다. 연구팀은 이런 유물을 79점이나 찾았다.
     
고대인들은 이 이색적인 재료가 여러 돌들 중에서도 가장 잘 쪼개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매우 얇고 날카로운 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 에스키모 모습. 왼쪽은 얇은 판 갑옷을 입은 시베리아 원주민 에스키모. ⓒ Wikimedia Commons 


이 재료는 연구팀 또한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다. 흑요석이 나온 각 광상은 자체의 고유한 지화학적 특징이 있어 재료의 출처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호바 섬 근처에는 흑요석이 나올 만한 곳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은 먼 동남쪽 추코트카(Chukotka)의 아나디리(Anadyr) 강 상류에 있는 크라스노예 호수 근처에 있었다. 이곳은 조호바에서 직선거리로 1500㎞, 실제 여행거리는 2000㎞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고대인들이 물리적으로 그렇게 멀리 여행하기가 어려운 거리다.
 
개 썰매로 중간단계 거쳐 원거리 교역
   
연구팀은 발굴된 흑요석을 X선 형광분석법으로 조사했다. 이 방법은 비파괴 조사로 표본의 지화학적 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흑요석의 이런 고유한 특징을 활용해 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으로 RSF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자이자 러시아과학재단 재료문화사연구소 구석기부 선임연구원인 역사학자 블라디미르 피툴코(Vladimir Pitulko) 박사는 “특별한 흑요석 종류가 크라스노예 호수 지역으로부터 조호바 섬으로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며, “이것은 초장거리 여행으로 9000년 전에 고대인들이 그런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피툴코 박사는 “아마도 중간지역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흑요석으로 만든 제품을 교환하거나 원시적인 교역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북극 고대인들은 개썰매를 이용해 원거리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사진은 동그린란드 썰매개. ⓒ Wikimedia Commons 


연구팀은 또 5만 4000개 이상의 사냥한 동물 잔해를 분석하고 조호바 유적지 거주민들의 연간 경제 사이클을 재구축했다.

     
이 지역 거주자들은 순록 사냥을 하는 전통적인 육지 사냥꾼들이었다. 겨울에는 굴에서 잠자고 있는 북극곰들을 사냥했다. 이 지역에는 북극곰의 밀도가 꽤 높았기 때문에 식량 공급은 믿을 만하고 안정적이었다.
 
북극 고대인의 사회 간 접촉생각보다 발달돼
   
이전에 과학자들은 중간 크기의 동물 뼈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 조호바 유적지 인들과 함께 살았던 잘 길들여진 개들이 존재했었음이 밝혀졌다. 이 개들은 크기와 몸무게가 현대의 썰매개 품종과 비슷했다.
     
경주용 형태의 썰매에서 발견한 부품들은 이 지역 거주자들이 잘 발달된 운송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운송 시스템 덕분에 조호바 사람들은 당시 시베리아 본토의 인근 지역들을 여행하며 그곳 거주민들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조호바 유적지에서 발견된 개 썰매개 두개골. 현대의 썰매개와 거의 같은 모습인 것으로 확인됐다. ⓒ Vladimir V. Pitulko et al 


피툴코 박사는 또 콜리마 강과 인디기르카 강 유역이 이런 교역의 중간지점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교환 지점 간 거리는 약 700㎞로, 이른 봄 개 썰매를 이용해 충분히 여행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남(meeting)’은 나중에 동부 시베리아 북부 주민들이 18~19세기에 조직화되면서 상품 교환 장소만이 아닌 전시 판매장으로 바뀌었다.
     
정보의 교환은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아마도 그런 만남의 중요한 결과는 생물학적 안정성 유지에 필요한 결혼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툴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9000년 전 고대 동시베리아의 북극 거주 고대인들 사이에 높은 수준의 사회문화적 관계가 있었고, 원거리에 있던 조호바 지역 사람들도 여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라고 말하고, “지구 가장자리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고립돼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보다 이들 사회 간 접촉은 훨씬 발달돼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b6%81%ea%b7%b9-%ea%b3%a0%eb%8c%80-%ec%97%90%ec%8a%a4%ed%82%a4%eb%aa%a8-%ec%82%ac%ed%9a%8c-%ea%b5%90%eb%a5%98-%ed%99%9c%eb%b0%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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