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과 척추뼈 재건해 정밀 분석
네안데르탈인 하면 현대인보다 머리가 좀 크고 팔다리는 약간 짧으며, 털이 많은 구부정한 모습을 떠올리는 수가 많다. 흔히 만화 등에 등장하는 ‘원시인’의 모습이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Homo sapiens neanderthalensis)들이 그동안 추측해 온 것보다 현생인류(Homo sapiens sapiens)와 외모가 더 많이 비슷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전부터 4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살았던 호모(Homo) 속(屬)에 속하는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고인류다. 약 7만 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건너오면서 이들과 조우하게 되었고, 네안데르탈인은 4만 년 경을 전후해 지상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사라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현생인류와의 경쟁에서 밀렸거나 현생인류가 가져온 전염병에 의한 감염 등 몇 가지 설이 있다. 그럼에도 두 종족은 상당 기간 서로 접촉하면서 혼혈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 결과 현대인의 핏 속에는 1.5~2.1%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이게 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의 예전 재건 모습(왼쪽)과 이번에 새로 재건한 모습(오른쪽). Image: M. Häusler UZH, left side: adapted by permission from Springer Nature, Been et al., 3D reconstruction of spinal posture of the Kebara 2 Neanderthal, in: Human Paleontology and Prehistory ©Univ of Zurich
골반과 척추뼈 가상 재건
멸종된 네안데르탈인들은 현생인류보다 더 열등하다고 생각해 유인원처럼 구부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인처럼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발견된 매우 잘 보존된 네안데르탈인의 골반과 척추 골격을 가상적으로 재건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 25일 자에 실렸다.
똑바로 선 균형 잡힌 자세는 호모사피엔스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대조적으로 20세기 초에 재건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은 부분적으로만 똑바로 서서 걷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런 재건 모습은 프랑스 라 샤펠로생(La Chapelle-aux-Saints)에서 발굴된 나이 든 네안데르탈인 여성 골격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호모사피엔스(왼쪽)과 네안데르탈인(오른쪽)의 해부학적 비교 ⓒ Wikipedia
수십 년 전부터 ‘부정확한 사실’ 알아
그러나 1950년대 이래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을 구부정한 동굴 거주자로 묘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화와 행동 양면에서 이들이 현대인과 유사하다는 점은 오랫동안 알려져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방향이 반대로 틀어져 버렸다.
취리히대 진화의학자인 마르틴 호이슬러(Martin Haeusler) 박사는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일부 최근 연구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잘 발달된 이중 S자 모양의 척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몇 개의 분리된 척추뼈를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가상적으로 재건한 라 샤펠로생의 골격은 그 정반대의 증거를 제시한다. 컴퓨터로 작업한 이 해부 모델 생성에는 취리히대 호이슬러 박사팀과 미국 워싱턴(세인트루이스)대 에릭 트린카우스(Erik Trinkaus) 박사팀이 참여했다.
네안데르탈인(La Perassie 1 모델)의 골격과 복원한 모습. 일본 도쿄 국립자연사박물관 소장. © Wikimedia Commons / Photaro
연구팀은 이 모델을 통해 일반적인 네안데르탈인이나 문제가 된 네안데르탈인 모두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굴곡된 요추 부위와 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천골과 척추 및 마모 흔적 증거
골반을 재구성할 때 연구팀은 척추뼈 맨 아래쪽에 있는 천골(薦骨)이 현대인과 같은 방식으로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별 요추와 자궁경부 척추를 결합하자 척추 곡률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각각의 척추 뒤쪽 뼈 돌출부인 가시돌기 사이의 매우 밀접한 접촉은, 척추 곡률에 의해 부분적으로 야기된 두드러진 마모 흔적이 그런 것처럼 명확했다.
라 샤펠로생 골격의 엉덩이 관절에 있는 마모 흔적도 네안데르탈인들이 현대인과 유사한 직립자세를 취하고 있었음을 가리킨다. 호이슬러 박사는 “고관절에 미치는 스트레스와 골반의 위치는 현대인과 다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인체 골격에서 천골 위치. © Wikimedia Commons / Sklmsta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 해부학적으로 유사”
이번 발견은 또한 척추뼈와 골반뼈가 충분히 남아있는 다른 네안데르탈인 골격의 분석으로도 뒷받침된다.
호이슬러 박사는 “전반적으로 네안데르탈인들을 현대인과 비교해 볼 때 기본적으로 다른 해부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기본적인 유사성을 인정하고, 후기 홍적세 때 인간에게 일어난 미묘한 생물학적 및 행동적 변화로 초점을 전환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후기 홍적세의 7만 5000년 전에서 1만 4000년 사이에는 매우 춥고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었고, 이 시기 중 6만 년 전에서 2만 3000년 전 사이에는 몇 개의 따뜻한 시기가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지금까지의 골격 조사에서 다부진 체격에 삼림 속에서의 사냥 등에 적합하도록 단거리 달리기와 덮치기에 적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비해 현생인류는 삼림 속에서 나와 평원을 달리는 짐승들을 쫓아 사냥할 수 있도록 지구력이 길러졌다는 견해가 있다.
‘스프린터’ 네안데르탈인과 ‘마라토너’ 호모 사피엔스가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어떻게 자연에 적응하며 상호작용을 했는지 후속 연구에 기대가 모아진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