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분석
1.
개발자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의 주제가 좋은 개발자 뽑기였는데 어떤 분이 회사의 사례를 얘기해 줬다. 지인을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이 꼭 문제를 일으키더란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지인 추천으로 입사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직장 생활 분석 전문가(본인)가 휴먼 러닝을 돌려보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낼 수 있었다.
2.
내가 회사에 입사할 때는 회사가 좋았거나 대표가 마음에 들었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잘 될 거 같았거나 좋았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이직의 본질인 회사 자체를 보고 입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데려온 지인은? 괜찮다는 내 얘기를 듣고 아니면 회사의 조건을 보고 또는 나라는 아는 사람이 있으니 편할 것 같아 입사를 했을 것이다. 추천인은 입사한 동기가 다르다. 회사라는 본질보다 다른 부분을 보고 입사한 것이다.
3.
지인 추천이라도 이력서를 받고 면접도 보겠지만 그것이 요식 행위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인터뷰어도 빡세게 면접을 보지 않고 인터뷰이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뷰어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추천한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게 된다. 서로의 핏이 안 맞는 걸 확인 못 할 수도 있고 확인하더라도 지인 추천이라 눈감고 어영부영 넘어가게 된다.
4.
정상적인 입사 절차를 거친 기존 직원들 입장에서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은 낙하산이다. 나는 절차를 밟고 들어왔는데 누구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들어왔다. 감정이 좋지 않을 수 있고 얼마나 잘하나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 지켜보게 된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트러블이 발생한다.
5.
내가 누구를 데려왔다면 자연히 데려온 사람을 더 챙겨주게 된다. 만약 내가 직급이 높다면 다른 직원들 입장에서는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직급이 낮다면 둘이서만 친하게 지내는 파벌이 형성될 수도 있다.
6.
욕조에 떨군 잉크 한 방울과 작은 컵에 떨군 잉크 한 방울은 효과가 다르다. 후자의 효과가 더 크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다. 인원이 얼마 안 된다. 큰 조직에서였다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을 문제가 작은 조직에서는 더 커 보일 수 있다.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의 문제가 조직이 작아 더 커 보일 수 있단 얘기다.
7.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다. 사람도 변한다. 그런데 주로 나쁜 쪽으로 변한다. 좋은 쪽으로 변하고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나쁜 쪽으로 변하는 건 쉽다. 지인이 나랑 함께할 때는 일도 잘하고 성실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변할 수도 있다. 한동안 같이 일하지 않아 변화를 알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입사시켰다면 결과는 좋지 않다.
8.
내가 누군가를 데려왔다면 그 사람이 잘하길 바란다. 그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라기보다 회사에서 나의 체면과 지위 때문이다. 지인이 잘해야 내 체면이 산다. 그래서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추천인은 거기서 기분이 상하고 삐뚤어져 버릴 수 있다.
9.
생면부지의 낯선 곳에서 일하는 것과 친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당연히 전자는 긴장한 채 회사생활을 하겠지만 후자는 훨씬 느슨한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일이 달라졌는데 마음까지 느슨해지면 적응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10.
문제가 보이면 싹을 잘라내야 하는데 지인 추천으로 입사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추천한 사람의 체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문제를 비판하는 게 두 사람을 엮어서 비판하는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보통은 문제를 외면하게 되고 그러다 점점 큰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11.
예전에 팀원이 지인을 추천해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면접을 보고 나면 매우 별로였지만 탈락시키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추천한 팀원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싫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모두 면접 과정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만약 억지로 뽑혔다면 나쁜 결과로 끝났을 것 같다.
인생사가 그렇다. 아는 사람일수록 아쉬운 소리 하기가 힘들다. 지인 추천으로 사람을 뽑는 게 검증된 인원을 빠르게 충원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 와서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실패할 수 있는 요인만 가득하다. 지인 추천으로 사람을 뽑거나 내가 추천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