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Sep 16. 2022

지인 추천 이직이 실패하는 이유

사례로 보는 분석

1.

개발자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의 주제가 좋은 개발자 뽑기였는데 어떤 분이 회사의 사례를 얘기해 줬다. 지인을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이 꼭 문제를 일으키더란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지인 추천으로 입사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직장 생활 분석 전문가(본인)가 휴먼 러닝을 돌려보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낼 수 있었다. 


2. 

내가 회사에 입사할 때는 회사가 좋았거나 대표가 마음에 들었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잘 될 거 같았거나 좋았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이직의 본질인 회사 자체를 보고 입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데려온 지인은? 괜찮다는 내 얘기를 듣고 아니면 회사의 조건을 보고 또는 나라는 아는 사람이 있으니 편할 것 같아 입사를 했을 것이다. 추천인은 입사한 동기가 다르다. 회사라는 본질보다 다른 부분을 보고 입사한 것이다.  


3.

지인 추천이라도 이력서를 받고 면접도 보겠지만 그것이 요식 행위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인터뷰어도 빡세게 면접을 보지 않고 인터뷰이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뷰어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추천한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게 된다. 서로의 핏이 안 맞는 걸 확인 못 할 수도 있고 확인하더라도 지인 추천이라 눈감고 어영부영 넘어가게 된다.


4. 

정상적인 입사 절차를 거친 기존 직원들 입장에서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은 낙하산이다. 나는 절차를 밟고 들어왔는데 누구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들어왔다. 감정이 좋지 않을 수 있고 얼마나 잘하나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 지켜보게 된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트러블이 발생한다.


5. 

내가 누구를 데려왔다면 자연히 데려온 사람을 더 챙겨주게 된다. 만약 내가 직급이 높다면 다른 직원들 입장에서는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직급이 낮다면 둘이서만 친하게 지내는 파벌이 형성될 수도 있다.   


6. 

욕조에 떨군 잉크 한 방울과 작은 컵에 떨군 잉크 한 방울은 효과가 다르다. 후자의 효과가 더 크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다. 인원이 얼마 안 된다. 큰 조직에서였다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을 문제가 작은 조직에서는 더 커 보일 수 있다.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의 문제가 조직이 작아 더 커 보일 수 있단 얘기다.


7.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다. 사람도 변한다. 그런데 주로 나쁜 쪽으로 변한다. 좋은 쪽으로 변하고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나쁜 쪽으로 변하는 건 쉽다. 지인이 나랑 함께할 때는 일도 잘하고 성실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변할 수도 있다. 한동안 같이 일하지 않아 변화를 알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입사시켰다면 결과는 좋지 않다.


8.

내가 누군가를 데려왔다면 그 사람이 잘하길 바란다. 그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라기보다 회사에서 나의 체면과 지위 때문이다. 지인이 잘해야 내 체면이 산다. 그래서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추천인은 거기서 기분이 상하고 삐뚤어져 버릴 수 있다.  


9.

생면부지의 낯선 곳에서 일하는 것과 친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당연히 전자는 긴장한 채 회사생활을 하겠지만 후자는 훨씬 느슨한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일이 달라졌는데 마음까지 느슨해지면 적응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10.

문제가 보이면 싹을 잘라내야 하는데 지인 추천으로 입사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추천한 사람의 체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문제를 비판하는 게 두 사람을 엮어서 비판하는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보통은 문제를 외면하게 되고 그러다 점점 큰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11.

예전에 팀원이 지인을 추천해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면접을 보고 나면 매우 별로였지만 탈락시키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추천한 팀원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싫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모두 면접 과정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만약 억지로 뽑혔다면 나쁜 결과로 끝났을 것 같다. 

인생사가 그렇다. 아는 사람일수록 아쉬운 소리 하기가 힘들다. 지인 추천으로 사람을 뽑는 게 검증된 인원을 빠르게 충원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 와서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실패할 수 있는 요인만 가득하다. 지인 추천으로 사람을 뽑거나 내가 추천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작가의 이전글 12년 다닌 회사를 떠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