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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Jan 16. 2020

2020년 잠시 서울로 돌아갑니다.

Gratitude, 2019 고맙습니다. 2019년에게

Gratitude, 2019

2019년에게, 고맙습니다. 아니 고마워하겠습니다.

2019년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만 시기를 놓쳐 버렸네요. 하하하


죄송스럽게도 한동안 연락이 뜸했습니다. 요즘은 밤낮으로 도서관에 머물며 연구에 매진 중에 있었습니다. 지난 몇 달 여유 있게 지내다가 데드라인의 기적을 맛보는 중이에요. 그렇게 안 써지던 글들도 데드라인이라는  압박감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 줍니다. 저만 그런가요? ㅎ  짧게 근황을 전하면 지난 몇 달 동안은 매복 사랑니 때문에 치통으로 고생 좀 했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한 달 가까이 잠을 못 이루는 밤을 보냈습니다. 얼마나 아프던지... 수백 개의 가시바늘이 잇몸을 끊임없이 찌르는 그 고통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매복 사랑니라니... 인생이란 참 신기하죠.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어요.  언제나 숨어있는 리스크는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한다 할지라도 왜 하필 나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나 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음에 감사하고, 또 누군가는 밤새 걱정하며 음식을, 약을 사다 주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특히 외국 나가서 아프면 그런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나 봅니다. 괜찮냐는 문자 한 통, 먹을 거는 잘 챙겨 먹냐는 안부전화... 누군가의 고통이 나의 걱정과 염려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위안이 되는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사랑니 하나로 관계를, 또 하나의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면 값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지요. 다행히 치료 잘 받았답니다.


슈퍼바이저(Supervisor) Dean의 당선 파티 중에서


그렇게 두 달 정도 치통으로 고생하는 동안 나의 친구 오토는 샌프란시스코의 슈퍼바이저(Supervisor) 후보 딘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치통으로 캠페인에 많이 참여는 못했지만 함께 승리를 축하하며 밤새 오토의 무용담을 듣느라 곤욕 좀 치렀습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시의 선거구는 총 11개의 지역구로 이번에는 2개의 지역구(District)에서만 선거가 열렸습니다. 두 곳 모두  민주주의사회주의들(DSA)멤버가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는데요. 제가 놀란 것은 이 두 선거를 총지휘한 리더십들은 대부분 20-30대입니다. 선거전략부터 필드 디렉터, 공보 메시지 등 모든 총괄 디렉팅을 2030대가 진두지휘하는 풍경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뒤에는 DSA(민주적사회주의)가 있습니다.  제가 만난 DSA  리더십 역시 대부분은 젊은 친구들이며,  지난 대선 샌더스 돌풍 이후 폭발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은 샌더스 돌풍의 진원지이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탄생의 서사를 진두지휘하며, 그린 뉴딜을 미국 사회의 새로운 의제로 급부상시켰습니다.




운이 좋게도 민주적사회주의 친구들과 지난 몇 개월 함께 먹고 자며, 때론 맥주 한 캔을 두고, 미국의 불평등의 문제, 중도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밤새 떠들었던 순간들은 잊지 못한 순간들입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싸우는 그들의 삶과 함께 동고동락했고, 같이 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진한 우정을 쌓았습니다. 그들이 동경하는 미국의 미래는 선명합니다. 불평등과의 싸움, 보다 근본적인 변화! 우회하지 않는 그 태도와 자신감이 부럽습니다. 미국 전체를 두고 큰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의 전략과 태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세대교체는 누군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대가 도전하고 싸워서 획득해야 한다는 것을.


버니 샌더스 샌프란시스코 타운홀미팅에서, 마치 락콘서트장을 연상케 한다.


이제 otto는 잠시 쉼을 가지고 얼마 전 하원의원 필드 디렉터로 새로운 캠페인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버니 샌더스의 캘리포니아 베이의 공식 캠페인팀이 런칭되기도 했는데요. 총괄 디렉터로 한국계 미국인 제인 김이 임명되었습니다. 그 역시 40대 초반이며, 심지어 30대에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 출마하여 아깝게 떨어진 전력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글에 쓴 적이 있는데 전 인복은 있나 봅니다. 어쨌든 오토와 함께 살면서 샌프란시스코의 DSA 친구들과 버니 샌더스 캠페인팀부터 하원의원, 슈퍼바이저 선거팀들과 관계를 맺고 어울릴 수 있었으니까요. 평소에는 다들 털털한 친구들인데 버니 샌더스의 타운홀미팅때 보니 대부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습이 새삼 멋지더군요.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앉아서 버니를 볼수 있었습니다.  


버니샌더스 타운홀 미팅 당시 캘리포니아 베이 총괄디렉터 제인김의 오프닝 연설의 한장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많이 탄생하는 도시에서 제가 경험한 것은 트렌디한 기술이 아니라 이 세대가 혁신을 대하는 태도와 원칙이 전부였습니다. 좀 더 왼쪽으로 가려는 밀레니얼 세대와 좀 더 혁신적인 기술을 창업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존은 어쩌면 다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재정립하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자! 이제 잠시 정들었던 이 곳을 떠납니다. 잠시 이 곳을 비운다니 나의 친구 오토가 네가 다시 올 날을 기다리며 방을 비워놓겠며 하네요. 제가 사랑니로 고생할 때도 그 바쁜 와중에 진통제를 구하기 위해 밤중에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돌리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그 전에는 문 한번 두드린 적 없는 친구들이 아침마다 문을 두드리며 오늘은 어때?라고 묻는 그 친절함에 고마웠습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동양인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DSA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결국 사람입니다. 애초에 처음 한국을 떠날 때 던진 저의 화두는 이 세대의 도전은 무엇인가? 였습니다. 이 세대의 도전과 이 세대의 우정을 간직하며 잠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급작스런 귀국이라, 귀국 선물도 준비도 못했네요. 대신 재밌는 이야기 보따리 들고 가겠습니다. 곧 찾아 뵙고 더 자세한 근황 전하도록 할게요. 


Gratitude, 2019! Gratitud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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