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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 Apr 29. 2020

파랑새를 찾은 나에게 전하는 축사

크리에이터클럽 기록 <나에게 쓰는 축사>

크리에이터클럽 기록

2020.01.03 시즌 크리에이터클럽(크클) 쓰다보면팀 주간미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션내용 

자신에게 축사를 쓴다면 어떤 날을 축하하고 싶나요?쓴다면 어떤 날을 축하하고 싶나요?




우체국 6호 박스 3개면 충분했던 짐을 꾸려 서울에 올라왔던 날을 기억하니

유년기를 보낸 고향의 익숙한 동네를 떠나온 너는 청파동과 공덕동, 망원동과 성수동으로 옮겨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반짝거리는 순간을 경험했잖아. 


세상에 신기한 게 참 많더라. 구멍난 양말을 모든 사람들이 기워 신는 게 아니라는 것도, 

여대 밖에서 만난 여자친구들이 숨어서 담배를 핀다는 것도. 

만나는 사람들은 또 어찌나 각자의 아름다운 꿈을 품고 있던지... 

세상이 경이로웠던 너는 매일밤 너의 꿈을 헤아리다 잠들곤 하더라. 


그렇게 너만의 파랑새를 찾기 위해 시간을 잘게 쪼개고 해야할 일을 적는 것에 더 익숙해졌지

하지만 분절된 시간 속에는 방향이 없더구나 

결국 이 삶이 하나의 물줄기임을 잊게 되더라


추위가 끝나지 않은 겨울밤, 길 위를 헤매던 너를 보았어

몸이 얼어붙은지도 모른 채 걷던 너는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선술집에 들어가 소주 한 잔을 급하게도 들이키더라


그때 너는 '지금 내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나봐'하고 중얼거렸고,

나는 그때 시리도록 푸른 파랑새가 네 마음 속에서 날개를 펼치는 걸 보았어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너는 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


네가 쫓아야 하는 파랑새는 없다는 걸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네 자신이라는 걸

그 파랑새는 가장 가깝고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너의 파랑새에게 옳지, 괜찮아 하고 말해줘

그리고 다정하게 쓰다듬어줘


Photo by John King on Unsplash

** 직접 촬영 in Auckland,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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