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랑글쓰기#3 친구
몇 달 전, 친구가 결혼을 했다. 몇 살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아주 어릴 적부터 같이 놀던 동네 친구다. 우린 대부분의 10대의 주말을 줄곧 함께했고 각자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꼭 만나며 근황을 주고받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연락이 와서 보니,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 시험와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할 것이냐 마냐가 우리 이야기의 주제였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잠시 10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의 모습이 선명하질 않아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빼곡한 앞머리, 학교 규정에 맞춰야 했던 귀 밑 3cm 단발, 그 당시 유행했던 파스텔톤 분홍이 섞인 후드 집업과 뿔테 안경까지 갖추고 얼굴을 한껏 가리며 찍은 사진들. ‘이땐 뭐가 이쁘다고 이런 걸 입은 거야?’하며 촌스러워하다가도 이따금 그리워지곤 했다. 사진첩은 판도라의 상자라고, 또 다른 추억을 꺼내고 회상하기를 반복했다. 정말 낯간지럽지만 청춘이긴 했다며 읇조렸다.
사실 나 혼자만의 시간에선 청춘이란 단어가 좀 낯간지럽고 어색하다. 청량하거나 열정적인 모습이어야 할 거 같은데 그게 나랑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오글거린다. 그랬던 내가 친구와 함께 했던 순수한 모습을 보면 그 청춘이 조금 어울린다. 혼자선 어려웠을 그 시간도, 혼자서는 맘껏 기뻐할 수 있던 시간도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 무수했기 때문일까.
세상엔 혼자서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시간과 발견하지 못한 조각이 있다. 지금보다 더 부족했을 10대의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해서 20대에 올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웠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부끄러운 실수투성이인데, 그런 나를 조건 없이 좋아해 주고 있다는 그 사실이 감사했다.
성격상, 저런 고맙다는 이야기를 잘 못한다. 그 또한 오글거린다. 그래도 친구의 결혼인데, 고맙다는 말 꼭 전해야겠다 생각했다. 안 그래도 결혼식 보면 슬플 텐데 말하다 울면 어떡하지? 그건 진짜 진짜 싫은데! 온갖 걱정을 하며 결혼식장에 갔지만, 친구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결혼식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역시 괜한 걱정을 했다. 혹시나 전하지 못할까 봐 미리 적은 편지를 친구의 가방에 쏙 넣고 같이 즐겨버렸다.
우린 어른이 되었지만, 채워나갈 조각이 아직 남아있다. 혼자서는 여전히 힘든 그 시간을 계속해서 친구들과 같이 채워나가고 싶다. 여전히 청춘이란 말은 쑥스럽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청춘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날들도 친구들과 같이 채워나가고 싶다. 집에 오는 길, 그런 소망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