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지 #2
산책길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기에, 저도 발길을 옮겨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주인공은 바로 ‘새’. 새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아주 크고 우아했습니다. 며칠 뒤에 또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그곳으로 향했더니 오리 가족들이 산책 중이었어요. 엄마 오리의 뒤를 씩씩하게 따라다니는 아가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마음으로 그들의 동행과 성장을 응원했습니다. 저는 한 발짝 물러서 오리와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요즘은 한 장면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불쾌하고 피하고 싶은 일은 산책길에도 존재합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산책을 하는 것인데, 기분만 상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분명 있죠. 산책길도 커다랗고 어지러운 세상 중 한 조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발길을 잡는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게, 몰두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통해 새삼 느낍니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가 모두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요.
얼마 전,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라는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가 눈, 귀 그리고 입을 닫으면 행복할 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가사가 있어요. 그 가사에 공감하며 ‘그래 안 듣고 말지, 안 보고 말지!’ 하며 체념하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조금 씁쓸한 기분이었는데, 어제 만난 새와 오리가족은 저에게 그럼에도 잠시 눈과 귀를 열면 찰나의 아름다운 장면도 있다고 위로해주었어요. 산책하길 참 잘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