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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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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Jul 22. 2022

내려놓는 연습

산책일지 #4

그동안 덥고 바쁘다는 핑계로 산책을 게을리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산책 없는 일상이 되어버릴  같아 비가 내리기  얼른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카페에 들러 살구청이 들어간 빙수를 먹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전진희 님의 음악에  빠졌습니다. 특히 피아노 연주곡이 담긴 [Breathing]이라는 앨범을 매일 듣는 중입니다.  앨범의 매력은 이미 유명하지만,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어느  불안장애가 찾아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그가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던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은 화려한 토핑이 없어도 담백하게 즐길  있었던 살구청 빙수를 닮았습니다.


   앨범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을 뺐을  나오는 작품이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다   없지만, 힘을 빼고 내려놓는 일은 나를 둘러싼 것들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경지에 이르렀을 , 그나마 남아있는 일말의 힘으로 행합니다. 그래서 내려놓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다들 말하는  같습니다.


저는 아직 내려놓을 용기가 없습니다.  잘하고 싶고,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큽니다.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걷는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우울해지다가도 차분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다가도 비워지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내려놓는 연습을 조금씩 해봅니다. 오늘도 산책하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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