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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15. 2020

수학선행을 지금 멈춰야 하는 이유. - 초등 학부모님께

수학선행은 필요하지만, 멈춰야 하는 선행도 있습니다.

두뇌라는 재능을 타고난, 공부 쪽에 정말 탁월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많은 양의 지식을 흡수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놀이처럼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따라가려는 순간 사교육 시장에서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사인 볼트를 천재적인 스프린터로 인정하고 마이클 조던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농구선수로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시각으로 탁월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합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배적인 태도를 갖자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정확히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평범한 아이도 지나치게 노력하면 초등학생이 미적분학을 배우고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공부에 탁월한 친구들은 배우면서 더 많은 것을 깨우치고, 스스로 깨우친 지식은 잘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반복이 별로 필요 없는 것이죠.

 

이런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고, 감정도 쏟아붓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대치동의 많은 학원에서는 영재고, 과학고 대비반을 운영하면서 서너 달 사이에 선행 학년의 수학 과목 1년 치 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초등학교 3, 4학년이 중학교 수학을 떼고, 초등학교 5, 6학년은 고등수학을 여러 번 공부합니다. 이 친구들 중 대부분은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수학 과제노트 발췌. 제발 초등학생한테 고등수학 시키지 마세요.


이렇게 빠른 선행을 진행하시는 학부모님들이 크게 오해하시는 부분이 "여러 번 공부하면 지금은 잘 모르더라도 다음에 공부할 때 채워진다"라고 생각하시는 점입니다.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10시간 공부하면 될 것을 30시간, 50시간 하게 됩니다.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은 기본적인 기초 지식이 있어야 다음 단계가 가능합니다. 


더하기를 알아야 곱하기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부분이죠. 이전 단계가 적어도 80% 정도의 성취도는 있어야 다음 단계 학습이 효율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효과는 없는 'OO수학 돌리는 중', '◇◇ 수학 3 회독 째" 등을 당장 멈추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대, 서울대를 입학한 대치동 최상위 학생들의 이야기는 항상 비슷합니다.  


"선행, 하면 좋죠. 근데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중요해요. 아니면 시간낭비예요."

"중3 때 '기하와 벡터(고3 과정-09 개정)는 과했죠. 남는 게 없었어요." 




수학 선행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잘해야 합니다.


나중에는 볼 시간이 없으니 지금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3~4년 이상 앞선 선행을 하고 계시다면 우리 아이가 과연 이전에 배운 수학 개념들을 정말로 알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성취도까지 학습을 했는지 제대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학 전문학원의 높은 레벨반에 들어가는 것보다 지금까지 학습한 내용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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