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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인행 Jul 19. 2018

왜 창업을 했는가?

2018년, 창업을 고민하는 20대에게.

2017년, 세금을 떼고 받은 실 수령액이 1억원을 넘겼다. 막상 받고 나니 별 감흥은 없었다. 사실 그 것도 적다고 느껴졌다. 외제차도 샀다. 정확히 2주타고 나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후회만 밀려올 뿐.


2014년 대학교 1학년, 피자헛에서 처음으로 알바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용돈을 전혀 주시지 않았고, 나는 대학교에서 철저하게 생존하기 위하여 알바를 시작했다. 뷔페 알바, 학교 앞 편의점 야간 알바, 노가다 등 다양한 것들을 하면서 한달을 버티며 살아남기 시작했다.


창업을 처음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 한 이유는 정말 별거 없고 본능적이었다. 대학교 1학년을 무사히 지내고 2학년 때 처음으로 나는 첫 눈에 반할 수 있구나를 느꼈다. 같은 대학을 다니던 한 살 위의 선배였는데 살면서 이런 여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난 모든걸 다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물론이고 그냥 보고만 있어도 분위기가 너무 예뻐 이 사람과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말도 제대로 못 걸어봤고 어찌 어찌하다 처음으로 밥을 먹었는데 내가 너무 부족하다 느껴서 그 뒤로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대한민국 연하 남성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다짐했다. '꼭 성공해서 주변에 있는 다른 남자들보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꼭 다시 한 번 만나볼거야.'


이게 내 창업의 이유였다.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내 제품, 서비스로 인하여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이런 이유도 좋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저 누나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가 내 창업의 이유였다.


간헐적으로 나도 뉴스 인터뷰나 영상에서 무척 거창한 이유를 말한 것 같은데,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 꽤나 창업에 대한 이유는 많이 바뀌어왔다. 전 편에서 말했듯 조금 더 거시적인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에 관한 가치관을 정리하다 보니 살아있음을 다른 목표로 변경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런 본능적이고 단순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여기까지 쓴 글은 시간이 지나 미화가 된 내 생각을 적어내렸을 뿐이고, 지금 부터 창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적어보려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창업을 시작하고 어느정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니 '너도 하는데 나도 해볼까' 해보는 사람도 있었고, '창업을 시작해보려는데'로 시작하여 장황한 말들을 나에게 하며 가능성의 여부를 묻는 사람도 정말 많았다. 나는 타인의 삶에 개입을 하는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답은 항상 '너가 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해보면 좋지 않을까.'였다.


위대한 쇼맨을 보면 꽤 창업에 관한 감정들을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하기도 한 그런.


글은 솔직한 내 감정을 적어내릴 때 가장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솔직한 창업에 관한 얘기를 지금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직 20대 초,중반이고 대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사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한다면 난 극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패확률은 99%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100명 중에 1명 성공한다고 보는 것도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일 말리고 싶은 이유는 1% 확률 때문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하게 된다면 원점이 아니라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능력적 부분이나 경험적 부분은 상당히 발전 될 것 이나, 경제적인 부분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10년 이상의 힘듦을 면치 못하게 된다.


내 얘기를 시작하자면 나는 시기, 타이밍, 트렌드, 운, 인맥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에 맞춘 정부 지원 사업금, 한양대학교 사업 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금이 들어왔고, 심지어 가장 재밌었던 일은 고등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 홍보대사 시절 캠퍼스 투어를 하며 놀아줬는데 알고보니 100만 팔로워의 페이스북 인플루언서였다.


더 재밌는 것은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시작할 때 공장에 찾아가서 돈 없는데 어떻게든 갚을테니 만들어만 달라. 10년이 걸려도 갚겠다라고 말을 했더니 정말 그냥 만들어주셨다. 알고보니 본인 젊었을 시절 생각이 나서 그냥 만들어줬고 성공을 할 것 같은 눈 빛이라 말하셨었다. 이런 이슈들이 나는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었다.


그렇다고 아무 리스크가 없지는 않았다. 신한은행에서 회사이름으로 2000만원 대출을 받았고,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서주며 1억원 가까이를 대출받았다. 못 갚으면 나는 신용 불량자에 앞으로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도 만들지 못하는 삶을 살 것 이며, 취업 후 그 빚을 갚기 위하여 10년 이상을 노예처럼 일만 해야했을 것이다.


오늘도 계속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파산을 면치 못한 스타트업', '청년 창업 이대로 되는 것인가.', '청년 창업 95% 이상 2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망해.' 이런 기사들이 근거 없이 나오지는 않는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국가에서는 창업을 밀었고 탄탄한 시스템이나 엑셀레이팅 시스템이 없는 채로 국고를 풀어 지원을 하니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배달의 민족', '야놀자', '스타일쉐어'는 정말 극히 드문 성공 사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공 한 사례만을 볼 뿐 실패한 사례는 눈 여겨 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희망적이게 보지만 나는 청년 창업의 민 낯을 본 사람으로서 절대 하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국가 지원금과 기업 지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 된 상태이다. 기업들이 진행하는 엑셀레이팅 시스템은 더 붙기가 힘들어졌고, 과거 SNS는 돈이 없어도 콘텐츠만 훌륭하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불리던 창구에서 너, 나, 대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뛰어드는 마케팅 시장의 판이 되었다. 아마 지금도 잘 찾아보면 바늘 구멍과 같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 있겠지만 썩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매일 급격히 바뀌는 트렌드에서 무언가를 개발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다면 힘들어지는 것은 매 한 가지이다. 내가 첫 사업을 시작할 때는 앱 개발 그 다음에는 웨어러블 기기, VR 장비, 가상 화폐, 블록 체인, AI 등 얼마나 많은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가.


물론 내가 아는 분야는 상당히 협소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날이 갈 수록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좋아지지 않고 있고 그 생태계에서도 한 명, 두 명씩 계속 인재들이 배출된다는 것이다.내 여동생이 한다면 극구 반대를 하겠지만 정말 만약, 위의 글처럼 리스크를 감당 할만큼 그리고 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창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 위대한 쇼맨에서 P.T 바넘은 흙수저 출신이지만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은행의 큰 빚을 지고도 꿈을 실현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바넘에게 감정이 이입 됐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까지의 기,승,전은 '창업을 하지 말라.'였다. 하지만 결말 만큼은 다르게 써내려가보자 한다.


최근 내가 존경하는 광고 대행사 대표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흙수저들은 만성적으로 무기력증이 심하다고. 그래서 사전적인 노력의 의미를 버리고 될 때까지 하는 노력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는 여기서 몇 마디만 보태면 1억의 리스크를 지더라도, 내 모든 걸 버릴 수 있을만큼 간절하다면 그리고 지금 처럼 '나는 안돼.'가 아니라 정말 내 삶을 바꿔보고 싶다면 창업 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밥 사먹을 6000원이 없다면, 그게 계속 지속 될 것 같다면 그 것은 내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브리또 하나 사 줄 돈이 없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다가가지도 못했고 낮아진 자존감과 만성적인 무기력증은 또 한 번 날 비참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그대로 나한테 지면 평생 나는 지는 인생만을 살아갈 것 같았다. 살면서 패배감은 평생 느끼면서 살텐데 내가 나한테 지면 그건 너무 비참할 것 같았다.


인생은 내가 써내려가는 단 한 편의 예술이다. 그 예술 작품에는 고통, 고난이 많이 들어있지만 큰 그림을 봤을 때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걸작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고통과 고난은 잠시 지나가리라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내 예술 작품을 위하여 달릴 것이다.


내가 남자여서 남자입장에서 밖에 얘기를 못하지만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정장을 차려입고 BMW M시리즈를 타며 고속도로를 질주 할 수 만 있다면 이 매력적인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 할 이유가 있겠는가.


확률이 0.1%라도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용기만 있다면 시도하라. 로또보다는 높은 확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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