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뷰티 애플리케이션 코스맨틱 그 시작과 끝.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창업도 똑같았다. 아마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고 투자를 가장 많이 했던 아이템은 바로 첫 창업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2015년,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고, 나도 그 많은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얻은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 기회 그리고 역량이었다. 첫 창업부터 성공한다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그리고 워라밸의 붕괴도 이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내가 처음으로 도전했던 창업 스토리와 실패, 그로 인하여 얻은 것들과 잃은 것들을 적어보자 한다.
처음으로 내가 시작했던 창업 아이템은 '코스맨틱'이었다. 화장품이라는 뜻을 지칭하는 코스매틱(cosmetic)그리고 남자를 뜻하는 맨(man)을 합쳐 COSMANTIC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당시 대표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남자들은 화장품을 보통 부모님이나 여자 친구, 여동생 혹은 누나가 선물을 해주는데 과연 그 선물 받은 화장품이 본인의 피부에 맞는 것인가? 지성 피부에 유분기가 많은 화장품을 바르면 트러블이 더 심해지고, 건성 피부에 유분기가 없는 화장품을 바르면 더 갈라지며 건조해질 텐데 남성 들은 과연 화장품을 살 때, 혹은 선물 받았을 때 특별한 기준이 있이 구매를 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들은 우리에게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첫 번째로 이 아이템을 간단히 설명해주자면, 코스맨틱 애플리케이션은 본인의 피부의 피부 자가 테스트 (건성, 지성, 복합성 등) - 본인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 (스킨, 로션, 올인원, 선크림, 비비크림 등) 추천 - 구매가 주 된 서비스였다.
두 번째로 이 아이템은 추천뿐 아니라 화장품에 무지한 개개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화장품과 관련된 콘텐츠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뷰티 매거진, 당시 유행하던 카드 뉴스 등 여성의 전유물이던 화장품을 남성들도 보다 쉽게 관심을 가지며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었고,
MCN 크리에이터들을 우리 플랫폼에 연결시켜 당시 유명한 남성 크리에이터들을 우리 플랫폼에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도 해두었으며, 직접 영상을 찍으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힘썼었다.
이 많은 과정들을 절대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했고 우리는 한양대학교 각 과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위 어플을 빌딩 했으며, 나는 그중에서 마케팅팀장을 역임하여 브랜딩, 콘텐츠, 마케팅 등 애플리케이션 내부의 콘텐츠를 채우는 일과 사람들이 이 어플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사공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우리는 각자의 난관에 부딪히며 생각처럼 순항을 하지는 못했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곤 한다. 나의 첫 창업도 마찬가지로 데스밸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였는데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본 결과 몇 가지 이유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학생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능력적 한계가 컸다.
본업이 아닌 각자의 삶과 수업을 병행하며 100% 집중을 하지 못했던 탓일까, 개발과 같은 전문 분야는 더더욱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은 간단히 설명하면,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서버 개발과 앱이 구동할 수 있도록 시각적 비주얼을 나타내게 하는 프런트 개발이 있는데 우리 팀은 프런트 개발자가 5명 이상 교체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은 화장품 전성분을 제공하는 기획팀, UI UX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개발자가 3팀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한 팀이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 불협화음이 꽤나 많이 났다.
여기서 느낀 것은 본업이 아닌 이상 앱 개발은 상당히 힘든 부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팀원이 많아질수록 의견들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각자의 의견과 생각들이 난해 한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을 또한 깨달았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명확했다.
화장품 추천을 통하여 제공된 화장품을 구매 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과 자체적으로 화장품을 광고하여 판매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비즈니스 모델 두 가지가 있었지만 이 두 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은 너무나도 탄탄하지 못했다.
커머스를 개발하기도 이전, 우리가 추천해준 화장품은 네이버에서 검색을 통한 최저가 구매가 가능했다. 소비자들은 검색을 할 수 있고 우리는 그저 화장품을 추천해주기만 하면 굳이 우리 앱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히 한계가 컸다. 그렇다고 이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기에는 광고의 모델이 너무 약한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에 버릴 수도 없는 애증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또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애초에 마케팅 비용이 0원에 수렴하였기 때문에, 앱 다운로드를 시키지 못하는 이상 마찬가지로 큰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우린 이렇게 명확하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데스벨리를 넘지 못하고 결국 프로젝트를 접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 나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고수였다. 이 위기는 MCN 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고 나는 MCN 사업을 진행하여 내 인생 첫 수입도 내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첫 창업의 시작과 실패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다음 편에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