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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Aug 20. 2023

달랑달랑 빵 봉투

빵 고르기는 어렵구나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 팥빙수를 먹으러 근처에 있는 빵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먹음직스러워 하나 집어온 빵이 오잉? 너무나 맛있었다. 아 여기 맛있는 빵집이구나~~ 다음에 다른 빵들도 먹어봐야지! 다짐했다.



일요일 아침, 그 집 빵 생각이 났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니까... '운동하는 셈 치고 걷듯 뛰듯 다녀오면 되겠다~~' 하고 장바구니를 챙겨 나섰다.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그 빵집에는 이제 막 오븐을 탈출한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른 시간 빵을 사러 나온 사람들 사이로 포근 달달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크지도 않은 빵 진열대를 다섯 바퀴쯤 돌아 남편이 좋아하는 치즈가 듬뿍 올려진 소시지 빵 하나 아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소보로 하나 모두가 좋아할 만한 큼직한 고로케를 하나 쟁반에 담았다.


계산대로 가려는데 왠지 허전한 느낌. 요것만 사가기는 아쉬운데....그때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선배가 생각났다.


아 빵 좀 사다 드려야겠다~~


진열대를 다섯바퀴 더 돌며, 마음으로 몇 번이나 빵을 들었다 내려 놓으며, 네 덩이를 골라 쟁반에 더 얹었다.

단짠과 느끼함과 상큼함을 고려한 최적의 조합!





양손에 빵 봉투를 들고 공원을 지나 돌아오는 길 키 큰 나무들은 큰 그늘을 드리웠고, 아직 데워지지 않은 공기는 신선했다. 그런데 떨쳐지지 않는 생각.


'아아... 그냥 '몽블랑' 말고 샌드위치를 하나 더 담을걸...선배는 야채가 많은 거 좋아하는데....'


'아...그걸 집었어야 했는데....'


나름 고심해서 고른 조합이었는데 못내 아쉬웠다. 기왕이면 선배와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면 좋겠는데... 한참 그 생각이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집에 다 와갈 즈음에서야 깨달았다



아.

내가 또 사소한 것에 완벽하려고 하는구나.



나는 줄 뿐이고 받는 사람은 그 나름 받아들일 텐데. 빵 한 봉다리마저도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붙들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 양손에 든 달랑달랑 빵 봉투. 그것만으로도 폭신폭신한 행복인데.


그제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땅을 디디는 두 발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경비실에 빵을 맡기고 아침으로 먹으라고 톡을 보내니 지금 서울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하루 묵었다고.


하핫 다행이다. 샌드위치를 두 개 샀으면 다 시들해져서 별로일 뻔했네.

아니다. 두 개나 샀음 그냥 내가 찾아와서 아들과 와구와구 먹어치워버렸을지도.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은 일요일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완벽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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