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잘" 실패하기 위한 교과서
우리는 모두 성공을 꿈꾼다. 꿈의 방향이나 크기, 노력의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각자가 정의하는 성공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개인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나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는 단연 직장인이다. 내 고민과 리소스의 9할 이상이 나의 현재 직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개인적인 삶과 성공을 논하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집단, 즉 기업의 관점에서의 성공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물론 나의 성공이 내가 속한 집단의 성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나중에 고민해보도록 하자.
기업의 관점에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먼저 "기업"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기업이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경제의 단위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란, “성공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단체”를 의미하며, 같은 맥락에서 “기업의 성공”이란 "지속 가능한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즉 우리가 말하는 성공을 위한 방정식이란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한 걸까? 사람들은 모두 성공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만 혈안이 되어 있지, 실패를 고민하는 부분에는 소홀하다. 이는 인근 서점에 방문하거나 신문 기사 몇 개만 쓰윽 살펴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어떤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고, 제프 베조스는 어떤 식으로 기업을 이끌어 왔는지, 성공한 기업들의 비결에 대한 책이나 기사들은 시중에 넘쳐나는 반면, 왜 촉망받던 회사들이 궁극적으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실패했는지를 고찰하는 글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나 문화에서도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성공을 찬양하기에만 바쁘지, 실패를 celebrate 하는 부분에는 굉장히 미숙하다. 나의 첫 인턴 때 사수 역할을 했던 분은 미국에서 연쇄 창업을 했던 이력이 있었는데, 실리콘벨리에서는 실패한 창업마저도 경험으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쉽게,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하는 것이 한국 대비 용이하다고 했다. 물론 모든 실패가 용납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잘, 그리고 최선을 다 한 끝에 겪는 실패만이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라는 책은 굉장히 다르고, 또 유의미하다. 저자의 (주관적인)기억에 크게 의지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던 스타트업이자 2호 유니콘이 일련의 사태를 거듭 끝에 몰락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재직하던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를 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적도 있고, 나의 개인적인 기대치만큼 업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거나, 엄청나게 그리고 바라던 회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등 개인적인 실패담들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돌이켜 보면, 그런 과정들은 내게 분명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저자 역시 "스타트업이 망해도 그 안의 구성원은 성장한다고들 한다"라고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이미 어느 정도 비지니스 모델이 확립되어 있는 기업에서 재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부분들은 어느 회사에나 분명히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고찰하며,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설사 지금 당장 실패하더라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 같은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긍정적인 자산으로 다가올 것이다.
성공에 대한 방정식은 없지만, 실패로 향하는 방정식은 분명 있다. 나는 성공의 7~8할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머지 2~3할, 즉 본질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본질에는 실패 요인들의 최소화가 있다. 이런 고민들과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성공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닿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