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주변이 원소주로 난리다. 운좋게 이를 구한 이들은 인스에 이를 도배하고 있고 심지어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에서만 나온다는 '오픈런'도 생겼다고 한다.
힙합과 기업가 정신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아마 국내에서 머니 스웩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dok2의 일리네어를 위시해서 여러 힙합 가수들이 머니돈과 수입, flex 등의 주제로 본인들의 노래를 도배해왔기 때문에 힙합 음악 그 자체에 대하여 눈살을 찌뿌리는 이들도 많지만, 이를 단지 일차원적인 부의 찬미나 돈 타령이 아닌 본인들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면 '자수성가' 및 성공에 대한 진정성마저 전달된다.
다른 힙합 가수들처럼 맹목적으로 가사에서 돈을 찬양하진 않지만, 최근 5~10년 동안 힙합신에서, 아니 국내 연예계에서 가장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여준 이는 박재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기업이 자신의 운명을 움켜쥐던 '소속사 소속 가수'에서 벗어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정의하고 시간과 재정,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등을 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창업자'로 성공을 거뒀다는 부분에서 그렇고, 특히 그의 홀로서기가 온전히 자발적인 것이 아닌, 대형 음반기획사에서 쫓겨난 이후 평판과 위상이 바닦에 추락하는 상황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올라왔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박재범이 풀고 있는 문제도 기존 할리우드 스타(조지 클루니, 드웨인 존슨 등)나 코너 맥그리거 같은 유명인들이 이미 푼 기출 문제를 답습하는 것이라 (유명인이 했을 때)어느 정도 성공이 담보된 좋은 비지니스이다. 그러나 단순히 계획하는 것과 이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기업가 정신을 폄하할 수 없다.
특히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실상 소주지만 전통주로 프레이밍 해서 온라인 판매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전통주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에서 결제, 배송이 허가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이들이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듯 하다. 비록 그 궁금증과 호기심의 동인이 아직은 '박재범'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