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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멸치맛초코 May 25. 2020

영리함으로 관객을 끌어안는 속편

<트롤: 월드 투어 (Trolls World Tour)> (2020)


 <슈렉>, <마다카스카>,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여러 히트작을 내놓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25주년 기념 신작. <트롤 (Trolls)> (2016)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으로, 지난 작품에 이어서 주요 캐릭터들이 여전히 등장하며 안나 켄드릭과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전작에 참여했던 배우들도 다시 참여하였다.     


 이번 영화는 기존에 설정했던 트롤 세계관을 더욱 크게 확장시키며 큰 재미를 준다. 팝 트롤만 존재하는 것 같던 세계는 사실 컨트리 트롤, 록 트롤, 테크노 트롤, 클래식 트롤, 훵크 트롤 등 여러 트롤 세계가 있으며, 세계를 정복하려는 록 트롤을 저지하기 위해 파피와 브랜치가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속편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척 훌륭한데, 전작보다 더 많은 장르를 포용함으로써 이야기와 음악의 볼륨을 영리하게 확장했다. 특히 음악적으로는 다채로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장르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을 직접 기용하여 반가움과 함께 음악적인 완성도도 동시에 잡는다. Parliament와 Funkadelic을 이끌었던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 70~80년대 메탈의 아이콘이었던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에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앤더슨 팩(Anderson .Paak), 캘리 클락슨(Kelly Clarkson)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제이 발빈(J Balvin)과 레드벨벳(Red Velvet)도 직접 목소리를 더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히트곡까지 선보였다.     



 여러 장르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함에도 영화가 난잡함이 없던 것은 높은 음악 이해도가 스토리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각 음악 장르와 (특히) 그 장르 팬들에 대한 특징을 캐치하여 재치 있게 표현하였는데, 록 트롤들이 다른 장르들을 폄하하는 대사나 “팝은 단순하고 중독적”이라며 묘사하는 부분은 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Daft Punk 'One More Time', Cyndi Lauper 'Girls Just Want To Have Fun', Chic 'Good Times', Curtis Mayfield 'Move On Up', Spice Girls 'Wannabe',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등 장르별로 대표곡들 혹은 히트곡들을 사용하여 장르적 즐거움도 극대화한다. 물론 관객들이 여러 음악 장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쉽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핵심적인 스토리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가족 영화로서의 덕목 또한 놓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분명히 언급하고 가야 할 점은 파피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과 한국어 더빙에 참여한 레드벨벳 웬디의 더빙이다. 안나 켄드릭은 지난 시리즈에 이어서 이번에도 파피를 맡았다. 전문 성우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 번째 참여에 맞게 훨씬 능숙하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고, 빌보드 탑 10 히트 싱글 보유자(!)답게 주요 곡들을 직접 소화하여 파피 역에 최적의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편, 레드벨벳 웬디는 원어에서는 ‘와니’ 역할을 맡았으나 한국어 더빙 버전에서는 와니 역할 대신 주인공인 파피 역을 맡았다. 실제 레드벨벳의 캐릭터와 곡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스타 마케팅을 고려하여 웬디가 더빙에도 참여한 듯하다. 다만 마케팅적인 요인은 부차적으로 보더라도 웬디의 더빙이 몹시 훌륭했는데, 비성우들의 더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연기 대신에 적절한 톤과 발성을 사용했으며 파피 역의 포인트를 잘 살려내며 인상적인 첫 더빙을 보여줬다. 게다가 ‘Trolls Wanna Have Good Times'를 비롯하여 한국어 번안곡들은 직접 가창에도 참여했는데, 가수로서의 압도적인 역량을 뽐내며 더빙판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트롤: 월드투어>는 많은 예상과는 달리 꽤 영리한 영화다.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함을 포용하며, 그 매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극장과 VOD 동시 개봉이라는 강수가 통한 것은 단지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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