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야근이 잦다. 몹시 잦다. 일주일에 4번 정도는 하게 된다. 물론 강제로 시키는 사람은 없다. 원래는 현재 프로젝트에 강제로 야근시키는 분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그 사람 대신에 훨씬 인격적으로나 실력적으로 뛰어난 분이 들어왔다. 그건 그렇고, 사실 본사에서 프로젝트할 때도 야근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 팀장님은 꼭 그 말씀을 하셨다.
야근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부족하니깐 하는 것이야
당시엔 어느 정도 납득되는 말이었다. 정말 이것저것 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여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러운 기한이 생겨 어쩔 수없이 야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잘 모르거나 버벅거리고 못해서 퇴근이 지연된다. 물론 요즘은 몰라서 하는 경우보다 개발할 양이 많아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야근하는 날은 많지만, 모르는 것이 줄어들었단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애정 하는 동기가 ‘야근하게 되면, 너무나도 화가 난다!’라고 얘기해준 적이 있다. 나는 대체로 정반대다. 야근하는 것이 꽤 재밌다. 개발 자체가 일이지만 즐겁기도 해서 몰두하다 보면 야근하기 십상이다. 조용히 방해 안 받고 차분하게 고민하면서 일하는 점, 늦게 가면 오히려 지하철이 붐비지 않는 점, 야근식대로 군것질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크리스마스나 연말까지 계속 야근할 땐, 솔직히 속상하기도 했다. 반차 쓰겠다고 한 달 전부터 결재를 올려놓고, 정작 당일엔 너무 바빠서 야근까지 했던 순간엔 현타가 왔었다. 야근하다 일주일이 다 끝나버리니, 정작 글 쓸 시간이 없어서 회사 일 빼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때도 많다. 일주일에 리뷰 하나씩 쓰던 때는 어디 가고, 2주가 넘어도 마무리 못한 글이 쌓여 있을 때엔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 게 많은 것 같아 고민이 들 때도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22시 가까이 야근하고 집 가면서 찍었던 사진.
수많은 일이 그렇듯, 개발 역시 기한이 존재한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오픈한다. 그 오픈 시점에 맞게 PM 혹은 PL이 계획을 세운다. As-Is 분석을 하고 인터뷰를 한 뒤에 설계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설계서를 바탕으로 개발을 수행한다. 개발하는 도중에 현 프로젝트처럼 Prototype을 공개하여 개선점을 미리 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개선 사항을 전달받으면, 개발과 개선을 병행한다. 총개발이 끝나면 단위 테스트와 통합 테스트를 진행하고, 위에서 얘기한 오픈이 진행된다. 그리고 오픈한 뒤엔 추가 개발과 유지보수가 이어진다.
개발해야 하는 총 본수가 있고, 개별 본수당 개발 공수가 들어간다. 난이도에 따라 어떤 화면엔 하루나 반나절이 주어질 때도 있고, 어떤 화면엔 일주일을 주기도 한다. 그 개발 공수에 맞게 개발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프로젝트 일정은 점차 밀린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만들고, 부족할 때 야근한다.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개발자에겐 당연하게도 이 일정의 압박이 있다.
황시목은 집이 직장 바로 앞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저는 집이 멀어여... (눈물)
이렇다 보니 내 분량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된다. 억울하거나 싫지는 않다. 물론 여기서 전제조건은 분명하다. 자발적인 야근인가? 타의에 의한 야근인가? 누군가 강제로 시켜서 해야 하는 야근이면, 회사를 나갈 용의가 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엔 그렇게 강압적으로 야근을 시키는 상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이라면, 나는 아직 그런 사람과 일을 같이 하진 않는다는 점.
아, 오해는 말자. 나도 야근이 재미있고 편하긴 해도 칼퇴만큼 즐겁진 않다(진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해하더라도... 요즘처럼 일주일 내내 야근하는 삶을 원하진 않는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시간은 줄어든다. 본업에 쏟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부업에 할당되는 시간은 사라지기만 한다. 요즘 나를 설명할 때, "글 쓰기 위해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개발만 하다 글 쓸 시간이 없는 것 같아 고민도 늘어난다. 야근은 결정적으로 ‘야근식대’가 지원되는 것이지, ‘야근수당’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깐. 야근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작업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