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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gle Nov 20. 2022

12. 내가 명품백을 샀던건 내 의식이 아니라

 


 나는 결혼 전 일명 '소비 요정'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던 소비녀였다. 어쩌다 들어간 유통회사에서 온갖 세일과 명품들을 접하면서 '이건 원래 400만 원짜리였는데 200만 원인 거면 반값에 살 수 있는 거잖아!'라는 생각으로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말을 항상 달고 다녔던 사람이었다. 그 물질 소비는 영끌 투자, 빚투로 까지 나아가 미국 주식, 한국 주식, 코인까지 마이너스 수천만 원대의 손실을 안고 이율은 3%에서 6%로 2배가 올라가 버렸다. (뉴스에 보면 영끌족, 빚투족 나오는 사례가 남이 아닌 나라는 사실이 처참하다) 그 시기에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재정계획을 세우고 나서 용돈 50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살게 되었다. 


 수백의 신용 카드값을 매달 갚아가느라 체크카드를 쓰겠다는 다짐은 새해 1월 정도로만 살아왔던 내가 현재 5개월째 꽤 순항 중이다. 교통, 통신, 보험 및 공동 생활비를 제외하고 50만 원으로 친구 들와의 모임, 커피, 지인 기프티콘,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5~10만 원의 경조사비까지 내고 있다. 추가로 병원비나 모자른 돈은 공동 비상금에서 용돈을 충전받긴 하지만 그도 10만 원 수준으로 하고 있다. 이게 뭐 별거냐고, 당신은 이미 진 빚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은, 회사생활 6년의 생활 동안 소비 요정이었던 나에게는 꽤 큰 발전이고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유통업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항상 유혹에 시달린다. 이 브랜드는 올해까지로 우리 회사에서 계약이 종료되는 브랜드로, 더 이상 그 브랜드를 그렇게 파격적인 할인가에 살 수 없다는 행사. 겨울이 되었어니 좋으 캐시미어 코트 하나씩 마련하고 있는 동료들.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부터 나의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는 겨울 털신 등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온갖 마케팅과 주변인들의 쇼핑, 세일에 매우 흔들린다. 


아 사고 싶다! 사고 싶다!!


 그러다 메일로 구독하고 있는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에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리뷰해주어, 원래 알고 있는 다큐지만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내가 리플레이를 한 편은 '자본주의 제2부-소비는 감정이다' 편이다. 이렇게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의 이 소비 감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자 유튜브에 자본주의를 검색하고 보게 되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님에 따르면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사줬던 내 음료수의 브랜드, TV 등의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 브랜드에 노출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브랜드에 대한 호감 등을 쌓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일 때에도 마트에 가면 어떤 걸 사달라고 떼쓰기도 하고, 성인이 되서의 소비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출처: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하단의 캡처본도 모두 동일)

 이렇듯 인간은 1%의 의식과 99%의 무의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인간이 판단하고 생활하는 건 결국 무의식의 영역으로 결정하고, 무의식이 결국 소비를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한다.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부츠가 분명히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속적으로 친구에게 노출되고, 패션 피드에서 노출되어 결국 '저 부츠를 사고 싶어'라는 소비 생각을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기업의 마케팅은 사람들의 무의식을 영항을 끼쳐 '소비하게 하는, 쇼핑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고 한다.



 소비의 단계는 생존 소비 <생활소비 <과소비 <중독 소비로 구간을 나누는데, 나는 과거 중독 소비 수준은 아니고 과소비 정도 수준이었고 현재는 생활소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자체 진단을 할 수 있었다. 소비의 심각도를 체크하는 데에는 아래와 같은 계산법이 있는데, (월급-소비)/월급으로 나눴을 때 0.7 이상이라면 과소비 / 0.6 정도라면 적정 소비 / 0.5 수준이라면 짠돌이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이 무의식 중에서도 사회적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큰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사탕을 고르라고 했다. 본인이 원하는 사탕으로 1차적으로 고르고 이후, 옆에 친구가 고른 사탕을 서로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원하는 사탕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원하는 사탕은 옆 친구가 고른 사탕으로 상당수 바꾼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은 옆 사람이 좋아하고, 골랐고, 선호하는 것에 본인의 선택을 반영한다는 무의식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그래서 한때 10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등골 브레이커' 노스페이스 패딩의 이유도 이와 같다고 했다. 지난주 회사 후배가 고른 코트를 보고 나도 코트 하나쯤 지금 살 때가 아닌가, 참 이쁘다, 나도 갖고 싶다 라는 감정이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쇼핑중독 체크리스트를 아래와 같이 10가지 중에 선택해 볼 수 있었는데, 나는 과거 소비를 많이 했을 때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2/3/6/7번이었다. 분류로 보면 과다쇼핑에 기분파 쇼핑이 살짝 섞인 유형이었고, 다행히 쇼핑중독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특히, 인간의 뇌는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낼 때 고통을 덜 느낀다고 하는데 나도 큰 공감을 했다. 과거에는 신용카드로 써서 오늘의 나는 돈을 썼지만, 다음 달의 내가 돈을 갚을 거라는 생각으로 썼었다. 현재는 체크카드에 50만 원을 넣었고 그 돈으로 야금야금 줄어드는 돈을 보면서 고통스럽지만 소비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한 브랜드 컨설턴트는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을 매일 조종당하는 사실을 아는 거다.'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생존 소비, 생활소비가 아닌 과소비, 중독 소비를 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인한 행동이므로 그 무의식을 형성하는 회사의 마케팅들, 주변의 사회적 요인들, 환경적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꼭 알아차려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주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누군지도 모르는 직원이 하고 있었던 명품 목걸이가 너무 사고 싶지만, 이는 과거 내가 결혼 준비하면서 사고 싶었던 예물이거니와, 그 이후로 노출되어왔던 온라인 마케팅, 백화점 쇼윈도에서의 영롱한 그 빛깔이 나에게 무의식으로 조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스스로 주입한다. 다시 또 소비는 감정이다 다큐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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