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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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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May 27. 2022

또 아프다

면역력은 도대체 언제쯤 생길까요

오늘도 소아과에 출석체크를 하고 왔다. 오늘은, 장염.....이란다.


거의 한달가량 콧물기침약을 달고 살았다. 두달 전 코로나에 걸려서 독한 약을 한주동안 먹었고, 그 뒤로도 기관지가 다 낫지를 않아서 여태 항생제까지 먹고 있었다.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고, 얼마전부터는 기침을 할 때 목이 쉬어서 쉰 소리가 다 나왔다. 22개월 아기가 목이 쉬다니... 그래서 약을 끊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오늘 아침부터는 설사를 북북 하길래, 나는 그냥 "아침에 차가운 사과를 먹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 했다. 내가 출근하는 것을 챙기는 것만도 너무 바빴고, 그 와중에 늦지 않게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설사를 한 기저귀도 그냥 봉지에 싸서 버리고 나갔다.


낮에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못 받았다. 문자가 와서 보니, 누워서 설사를 하는 바람에 머리까지 다 응가가 번져서 샤워를 해주셨다고 한다. 장염이 의심된다고 한다. 장염이라니? 난 살면서 장염이란걸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게 설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냥 분유 먹던 신생아 시절에 하던 물똥.. 이려니 했다. 이런 무지한 엄마를 보았나.


일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발만 동동 굴렀다. 아기 등원 시키고 온다는 이유로 출근도 늦는데, 애가 장염 걸렸다고 퇴근도 빨리 하겠다고 하면 믿을까? "너네 애는 왜 맨날 아프냐?" 라고 할 것만 같다. 애 핑계로 근태가 엉망이네... 라는 환청이 들린다. 네........ 그런데 진짜 맨날 아파요. 그제는 찰과상, 어제는 콧물, 오늘은 기침, 내일은 장염, 또... 무한반복하겠죠...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꾹꾹 누르고, 대신에 일을 빨리 끝내려고 부지런히 달리고 있는 와중에 4시에 또 연락이 왔다. 방금 또 설사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이 정도면, 탈수가 걱정되니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탈수가 심하면 수액을 맞거나 입원을 해야 할수도 있단다.


자칫 하다가는 3-4일 휴가를 내고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덜컥 겁이 났다. 안 되겠다 싶어서 사정을 얘기하고 바로 튀어나와서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기분 탓일까, 유난히 홀쭉해보이는 울애기... 말도 못하는 울애기 얼마나 아팠을꼬.


소아과에 가서, 이번엔 장염이라고 하니 의사 선생님도 웃으신다. 4일 전에 콧물약 타갔고, 2일 전에 이마 찰과상으로 방문했었는데. 이 정도면 정말 거의 매일 출석체크 하고 있다. 우수회..원.... 아니 우수환자...



이렇게 약을 많이 먹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이 모든 원인이 어린이집에 있는건지 모르겠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는 한번도 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어린이집을 다닌 9개월 동안 5개월 이상을 약을 먹고 살았다. 이 원인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아프면서 큰다고, 그러면서 면역력을 기른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렇게 오랫동안 약을 먹어도 그다지 면역력이 생기는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을 안 보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죄책감만 쌓인다. 


이제 그만 아프자. 조금만 더 힘을 내렴, 울 아가... 


오늘 밤새 엄마손은 약손이다 해주면서 자야겠다. 어서 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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