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수준의 사람은 같은 업무를 볼 때 어떤 사람은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에 실증을 느끼고 대충 처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2 사분면(느리고 정확한 사람)에 있기도 하고 4 사분면(빠르고 부정확한 사람)에 있기도 한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고 미룰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처리해줄 수도 없다고 한다면 정확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빠르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처리하느라 느리게 처리한다면 인정받을 수 없다. 반대로 일을 잘못 처리했을 때 돌아오는 피해가 큰 경우에는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빠르고 부정확하게 처리한 사람은 인정받기 힘들다. 상황에 맞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상황들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어떨까? 팀에 신입사원 2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들은 선배 사원들한테 항상 비교 평가되기 쉽다. 그래서 신입사원 입장에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잘해도 동기보다 못하면 평가절하 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동기보다 잘하면 이쁨 받을 수도 있다. (시실 이런 경우는 신입 사원이 너무 오랜만에 들어와서 그 전 신입사원들의 퍼포먼스가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작년에 입사한 사원의 신입사원 당시 퍼포먼스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신입 사원 A, B가 있다고 하자. A는 빠르고 부정확한 사람이고, B는 느리고 정확한 사람이다. 이들에게 일을 맡겼을 때 A는 일을 빨리 끝내고 선배 사원에게 검토를 받는다. 검토를 해보면 대부분이 틀렸다. A는 자리로 돌아가서 수정해서 다시 검토를 받는다. 그런데 고치라고 한 부분을 다 고치지도 않았다. 수정사항을 알려주고 다시 돌려보낸다. 이때 B가 검토를 받으러 온다. 역시 틀린 부분은 많지만 A보다는 적다. B에게도 수정사항을 알려주고 돌려보낸다. A가 다시 찾아오고 검토 후 통과된다. B도 다시 검토를 받으러 오고 확인해보니 수정사항들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 B도 업무를 마무리 짓는다. 나도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많은 신입사원들을 만나봤지만 보통 A의 스타일이 결과적으로 일처리가 빠르다. 그리고 많은 선배 사원들이 A에게 '조금'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 A에 대해서는 '실수가 많긴 한데 손이 빨라'라는 평가가 나오고 B에 대해서는 '느려'라는 평가가 나온다. A의 평가는 장단점이 함께 나오지만 B의 평가는 단점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선배사원들 입장에서는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입 사원들은 어차피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몇 번의 수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B와 같은 스타일은 선배 사원들 입장에서 불안하다. 일을 맡겼는데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본인들 일도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신경 쓸 겨를도 없다. A는 그런 불안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그래서 A가 좀 더 나은 평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정확성보다는 업무 속도에 더 치중한 평가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들의 장단점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의 경우 빠르다는 것은 업무 지식이 많아서 빠를 수도 있고, 집중력이 높아서 빠를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시킨 것만 하기 때문에 빠를 수도 있다. 그리고 부정확한 것은 일을 대충 해서 일수도 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중요 포인트를 못 잡아서 그럴 수도 있다. B의 경우는 느린 것이 게을러서일 수도 있고, 집중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업무에 관해서 깊게 생각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관리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부분을 잘 파악해서 업무를 분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