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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Dec 26. 2022

스타트업 직원들이 동기부여를 받는 순간

어느날 대표가 산타처럼 내게 왔다

4분기 회고를 끝마치고, 송년회 같은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고기 시켜요 말아요?"

아직 회식 예산을 채 전달받지 못한 그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대표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사실 이거가지고 뭐라 하실 분이 아니긴 한데."

우리 마음은 이미 소고기를 굽고 있었지만 예산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 밖에.

왜 빨리 답장을 하지 않느냐는 우리의 마음과 함께 고기도 타들어갈 무렵, 

양 손에 선물보따리를 한가득 들고 다니는 산타처럼 대표님이 고기집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고선 늦어서 미안하다며 손에 들고 있던 러쉬 쇼핑백을 보란 듯이 흔들고선 씨익 웃으며 한 마디 했다.

"크리쓰마쓰 선물"


"와~!!"

소고기를 기다리던 직원들의 초조한 표정히 일제히 환한 미소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나도 러쉬를 참 좋아하지만 그렇게 큰 쇼핑백은 처음봤다.

내가 놀란건 그 다음이었는데, 대표님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커다란 러쉬 쇼핑백에서 작은 쇼핑백을 하나씩 꺼내며 이름을 불렀다. 개인 맞춤형으로 각기 다른 상품을들 넣어 줬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받은 사람들의 내용을 하나씩 꺼내서 비교해봤는데 진짜 거의 같은 조합이 없을 정도로 다 다른 상품들이었고, 나름대로 성별이나 연령대 등을 고려한 것 같았다.


대표님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백을 받아보니 쇼핑백 안쪽에 하나하나 이름도 적어둔 세심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올 한해 고생 많았고 내년에도 같이 잘 해보자는 응원의 말도 함께 전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순간 잠깐이지만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아주 묘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순간이 아니어도, 매출을 내지 못해도 고생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대표도 있구나' 하고.




첫 회사의 얘기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다녔던 회사의 대표는 지독하게도 직원을 부품으로 여겼던 사람이다. 당장 매출을 내지 않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 쓸모있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서 언제 잘릴 지 모르는 곳. 그래서 신입이라 성과도 내지 못한 스스로를 능력없는 사람이라 폄하하게 할 정도로 가스라이팅을 했던 곳. 그런 곳에서 첫 회사생활을 했던 나는 회사를 위해 함께 밤늦게까지 고생하고 애쓰는 직원들에게 고마워 하고 알아주는 대표가 낯설고도 감사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스타트업만 5번 경험 해본 내 결론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대단한 성과가 없어도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우리는 잘 할 수 있다고 전략을 제시하며 Visioning을 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인데 그땐 그걸 몰랐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다른 동료들도 꽤나 감동받은 듯 했다. 대표님과 가깝게 일했던 동료들은 제법 근속년수가 길었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직장인에게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기본적으로 돈일 것이다.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 빵빵한 복지.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럴 수도 없고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가 힘들다.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직원들을 동기부여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직원들의 노력에 대해 알아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를 계속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일하고 있으니까.


잘 될 때에도 안될 때에도 항상 열심히 달려주는 직원들에게 격려해주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대표와 함께라면

누구라도 불도저처럼 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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