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봄 Oct 21. 2021

우리 회사에 인센티브제가 없는 이유

인센티브의 역설

주의 : 본문의 '인센티브'는 구성원 전체에게 주는 것이 아닌 개별 인센티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는 한 때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다'라고 믿었던 대표 밑에서 일한 적이 있다. 여차하면 인센티브를 내걸었고, 사실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실제로 그 제도가 나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실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마 세뇌를 당했던 건지, 습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인센티브는 적절한 동기부여를 준다.'라고.


지금의 회사에서 대표님과 대화를 하다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대표님은 인센티브제도에 부정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인센티브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사람들의 동기를 자극하여 더 열심히 일하게 하려는 것인데, 오히려 내적 동기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마냥 좋지 않은 이유는 이러하다. 인센티브가 걸리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 일을 하게 되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비슷한 노력을 했는데, 일의 결과에 따라서 누구는 인센티브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했다면 그걸 온전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회사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이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 회사는 경쟁을 절대 부추기지 않는다. 대표님은 동료들끼리 경쟁구도가 되는 것을 경계하신다. 경쟁구도가 생긴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만 가지고 있으려 내용을 공유하지 않을 것이고, 개인플레이를 하게 된다.

 팀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목표를 이루어 나가려고 한다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라도 공유해야 발전시켜나갈 수가 있는데, 경쟁을 하게 되면 그런 분위기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대표님은 팀 단위로, 혹은 회사 전체가 공동의 목표를 이루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은 몰라도 개별 인센티브제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전에 다녔던 회사는 경쟁이 굉장히 심하고 또 부추기는 회사였다. 그런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을 자연스레 경계하게 되고 내가 저 사람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하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개개인의 노력이나 역량을 끌어낼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역량에서만 그치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낼 수 없다.


직원을 신뢰하고, 존중하고 또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게 노력하는 대표님의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취업, 면접 후 스타트업 현실이 두렵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