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재 May 20. 2023

단점 드러내기, 약점 보완해 주기

영화_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전통적인 슈퍼히어로는 단점이 없다. 약점이 있을 뿐.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약점은 드러나지 않은 신분, 슈퍼맨의 약점은 크립토나이트다. 약점은 신체 급소와 같은 물리적, 절대적 개념이다. 반면 단점은 상대적 개념이다. 단점은 누군가에게 모자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점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단점을 약점으로 헷갈릴 때 자존감이 크게 흔들린다.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단점을 절대적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약점은 너무나 많아진다. 누구나 나를 보고 단점을 생각할 테니까.


가오갤은 그러지 않는다. 단점을 자랑하듯이 내보인다. 퀼은 능글맞고 로켓은 투덜대고 가모라는 까칠하고 드랙스는 단순무식하고 네뷸라는 사사건건 지적질에 멘티스는 4차원이고 그루트는 알아듣기 어렵게 말한다. 이 자신감 넘치는 단점 드러내기에서 이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당신이 알아서 판단하세요. 이게 내 약점은 아니니까.    


그러면서도 애써 드러내지 않은 약점을 신통하게도 서로 알아채고 보완해 주기 바쁘다. 가모라를 향한 감정에 지친 퀼을 맨티스와 드랙스가 위로한다. 물리적 힘이 부족한 맨티스를 드랙스가 보호한다. 그리고, 로켓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디언즈들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총력을 다하는 이야기가 2시간 20분짜리 영화가 된다.     


가디언즈들은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면서 역설적으로 상대의 약점은 보완한다. 나의 단점은 숨기려 하고 상대의 약점은 지적하려는 태도를 가진 나로서는 이들로부터 관계의 본질을 배운다.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기. 그것이 가오갤의 장점이다. 상대의 약점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보완해 주기. 그것이 가오갤의 강점이다. 단점과 약점이 수두룩 빡빡해도 가오갤이 슈퍼히어로 영화로 분류되는 이유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인생을 살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