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유튜브에 '부자'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참 다양한 콘텐츠와 마주할 수 있다. 이중 대부분의 영상들이 경제 상황이나 종목, 통장 추천, 부동산 입지와 같은 방법론에 해당한다는 것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부자가 되려면 우리는 그 방법을 먼저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 방법을 알면 우리는 정말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2017년,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나는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취업이 아닌 사업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친구들과 무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은 운이 좋게도 쉽게 돈을 벌어다 주었고 나는 남들이 알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할 때 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사회에 뛰어든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내 나이는 어느새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8살이 된 나는 돈에게서 조금은 멀어져 있었을까. 나는 여전히 돈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돈의 노예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경제적 자유를 얻은 부자가 되고 싶었고 남들이 알려주는 여러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시도해 나갔다. 제일 먼저 지갑 속의 신용카드를 없앴으며 통장을 쪼개고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에 열심히 주식이나 부동산 영상도 찾아보며 공부를 하곤 했다. 남들이 해보라고 하는 것들을 모두 해본 나는 이제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자산을 이루었거나 경제적 자립심을 가지신 분들은 아마 '아니요'라는 대답을 예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남들이 해보라고 하는 그 수많은 것들을 직접 해보았음에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고 시도해 본 많은 방법론들은 이내 내 삶 속에서 사라져 갔으며 어느새 나는 25살의 나로 다시금 돌아가곤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했어야지." 나는 이 말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끝까지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을 뿐이다.
끝까지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그렇게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 계산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왜 이것이 필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 내 사례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랜 시간 나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고민해 보았고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여행이나 명품은 그렇게 소중한 가치가 아니다. 있으면 좋고 뿌듯할 수는 있겠지만, 없다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행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에겐 계획이라는 건 항상 중요했다. 나는 계획이 틀어졌을 때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개복치였고 그게 약속이든 돈이든 일이든 전체적인 계획을 수정할 정도의 뭔가가 발생했을 때 항상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뭔가가 발생해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을 쿠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는 걸 30살쯤이 돼서야 겨우 깨달았던 것이다.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나는 곧장 내 인생에서 큰돈이 필요한 순간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결혼이었다. 계획형이었음에도 이상하게 언젠가 어떻게 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로 얼마 정도가 필요한지 한 번도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스드메, 예물, 예단, 프러포즈, 신혼여행 등 굉장히 많은 곳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거는 월세로 시작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한 8천만 원은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 주거 보증금 : 최소 5천만 원, 결혼식 비용 : 약 3천만 원 수준
그다음은 아주 예전에 작은 목돈으로 투자해 두었던 부동산이 생각났다. 실거주 용도는 아니지만 지난 상승기에 혹시 모르는 마음에 일단 질러두고 지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던 부동산에 내야 할 중도금와 대출 이자를 새까맣게 까먹고 있던 것이다. 부랴부랴 부동산과 모델하우스를 통해 알아본 중도금과 이자의 합 또한 거진 8천만에 달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부모님이었다. 어디에선가 장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이 무려 5000만 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런 사람인 것을.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서럽고 슬플 것 같은데 그깟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고 그 이자가 무서워서 가시는 길 좋은 옷 못 입혀드릴 생각을 하니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이래서 돈 때문에 자식들끼리 싸우게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에다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장인장모님까지 총 네 분이나 모셔야 하니 대략 2억 정도는 또 필요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동생들도 있고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도 있을 것이고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재산도 분명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부담을 서로가 나누어 가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게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더 편할 테니까 말이다.
정리해 보면 큰돈이 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모두 합쳐 약 3억 5천만 원 정도는 그냥 어딘가에 나가버릴 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 누군가 당신에게 3억 5천만 원이라는 돈을 모아야 할 이유를 정해주고 지금부터 모으라고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당장에 돈 모이기를 그만두고 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런데 그 3억 5천만 원이라는 돈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이전과 다르게 어떤 책임감이나 목표 의식이 마음 한편에 조금은 생길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누군가 나에게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해줬을 땐 하나도 와닿지 않았던 것들이 내 방식대로 고민을 하고 난 이후엔 이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쳐지지 않았던 소비 습관도 자연스럽게 교정되어 갔다. 나는 지금 미래를 계획하고 거기에 필요한 돈을 세어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미래를 살고 싶은지 잘 산다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본인의 성향은 어떤지 정말 오랜 기간 고민해 보고 어떤 삶과 마주했을 때 불행하다고 느낄 것 같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와 목표는 어쩌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우리의 모습 안에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방법을 제대로 수행하고 나아가려면 그전에 필요한 단계가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으니 쉽게 포기할 뿐이다.
꼭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