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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Sep 18. 2020

비염의 달인

내가 깨우친 비염 없애는 방법

어렸을 때부터 비염이 심해 코막힘이 주는 짜증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특히 무언가에 집중하고자 할 때  코가 막혀 숨쉬기가 답답하거나 하얀 콧물이 주르륵 흘러 한 쪽 코를 휴지로 막아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비염이 주는 사소하지만 불편한 상황들로 인해 코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십대 중반 어느 겨울, 우연히 침대 위 전기장판을 제법 높게 설정하고 잤던 날이다. 출근을 위해 일어나니 몸에 땀이 났고 덥지만 이상하게 몸이 개운하고 따뜻해 코가 막히지 않았다. 흔히 비염을 달고 사는 사람은 대개 아침 기상과 함께 코막힘이 시작되는데(아침에 코막힘이 가장 심하다) 살짝 땀을 흘릴 정도로 덥게 자니 코가 막히지 않고 그래서 얼굴도 붓지 않으며 개운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후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밤에는 조금 덥게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염있는 사람은 온도에 민감하다. 조금만 추워도 손발이 차가워지고 재채기가 나오며 하얀 콧물이 나온다. 그래서

비염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찬음식보다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잘 때는 완전 한여름을 제외하고 수면 양말과 마스크는 필수이다. 나는 거의 일년내내 수면 양말과 마스크와 함께 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다음 날 아침 눈덩이가 띵띵 부어 오후 세시정도가 되어서야 부은 눈이 제자리를 찾는다. 특히 9월 초에서 중순까지 환절기라 부르는 요즘, 일주일 전과 다르게 새벽공기가 차가운 즈음에는 긴 바지, 긴 티셔츠를 입고 자지 않으면 다음 날 기괴한 내 눈두덩이를 보게 된다. 눈의 흰동자가 충혈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결막부종이 나타나 하루종일 꺼벙이 눈으로 지내야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렇게 비염이 심한 나도 스물셋에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는 단 한번도 비염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워낙 공기가 좋았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적었으며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이 너무 맛있어 지금보다 5킬로그램이 더 나갔을 때이다. 전체적인 신체 컨디션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내가 비염으로 고생한 사람이라는 사실조차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미안하게도 초3 아들은 나의 비염을 그대로 물려받아 매일 자기전 비염루틴을 실시한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에 가루를 넣어 코세척을 하고 나면 남편이 아이 코에 코막히지 않게 하는 약을 칙칙 뿌린다. 여러 이비인후과를 돌고 돌아 가장 최근에 방문한 이비인후과에서 코세척과 뿌리는 약은 최소 6개월은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니  두고볼 일이다. 아들의 비염이 더 심해졌다고 여겨지면 처방받아온 일주일 정도만 두 가지를 실시하고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느끼면  더이상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단기간만 하는 것은 효과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비인후과 꽤나 다녀본 나도 별별 처방대로 나름 실천해보았으나 가장 좋은 건 일년 내내 긴 옷입고 마스크, 수면 양말과 함께 취침하는 것이다. 아들에게 제발 긴 옷입고 덥게 자라고 해도 씨알도 안먹히지만 말이다.


1. 살짝 덥게 잘 것. 수면 양말과 마스크 필수

2.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따뜻하게 할 것

3. 밥 잘 먹고 찬 음식 피할 것


마흔인 나는 이제 더이상 비염으로 병원을 가지 않는다. 나만의 비염 퇴치 루틴이 몸에 베어서이다. 혹시나 이 글이 비염으로 고생인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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