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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Sep 18. 2020

환경설정과 루틴 만들기

좋은 습관 형성에 대한 기대감

지난 1학기, 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독서토론리더양성 직무연수’에 참가했다. 다행히 선생님들께서 직무연수 신청 기준 인원 수 이상으로 신청하여 타학교 선생님없이 본교에서만 연수가 진행되었다. 다섯권의 책을 선정해 한 학기 동안 읽고 토론하며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는 시간은 억지로나마 독서를 가능하게 했고 평소 말을 별로 섞을 일 없던 동료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그 중 마지막 책인 ‘교사, 여행에서 나를 찾다’는 마흔 넘어 세계 여행을 시작해 자신의 교직의 방향성을 마련한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나에게 교사와 여행이라는 이 솔깃한 조합은 책을 열기 전 설렘과 기대를 갖게 했으나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중년 남성의 여행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나는 잠시 책을 놓고 생각에 잠겼다. '마흔 이후의 삶, 어떻게 살 것인가.'


남들보다 한참 늦게 학교에 정착한 나는 교사로서 도전하고 부딪히고 깨지는 숱한 일들을 지난 십년동안 겪었다. 비정규직 교원으로 아무도 나를 홀대하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수천번 경험하고서야 다시 임용시험에 뛰어들었고 현재 학교에 정착했다. 나는 머리가 명석하지 못하고 이해력이 뛰어나지 않다. 심지어 학생들과의 소통 능력도 우수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냥 뭐든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열정이라고 해도 될까. 그러한 차원에서 마흔인 지금도 열정은 쓸데없이 많아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만큼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직 어린 둘째를 돌보느라 2년째 육아휴직 중인 남편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삼십대처럼 닥치는대로 일하고 배우고 부딪히기에는 시간이 짧다. 지금부터 십년, 이십년, 그리고 퇴직 이후의 삶까지 생각하여 삶의 방향성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회성을 갖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정된 시간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나와 달리 마흔 중반의 공립학교 교사인 남편은 꽤 오래 전부터 평교사로 남을 것인지 교육전문직 시험을 통해 승진을 목표로 할지 고민해 왔다. 고민과 대화 끝에 남편은 전문직 시험을 목표로 삼자고 결정해 최근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앞으로 이러이러한 삶을 원한다는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윤곽이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학교에서 더 인정받는 교사가 되고 싶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 내가 더 좋은 엄마가 되는 것, 이것이 나의 최종목표라면 목표이다. 이것들은 모두 실현하기 쉽지 않으며 끝없는 노력과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대학별 전형 및 학과별 경쟁률이나 다양한 사례 조사

-입시 관련 기사를 통해 대입정책이나 트렌드 파악

-엑셀 함수, 파워포인트 연습

-고교학점제와 학교 공간혁신에 대한 다양한 자료 조사 및 연구

-독서와 글쓰기. 수학과 철학 관련 독서

-운동, 식단조절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의식개선, 눈맞춤, 말투


이것들은 평생 가져가야할 자기계발 목록들이다. 급한 성격 탓에 저 중 하나라도 당장 완성형으로 만들어 몸에 배개 해 목록에서 지우고 싶지만 저 중 어느 하나라도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여유를 가지고 매일 저들을 실천하여 느리지만 성장하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위한 환경설정과 그에 따른 루틴이 필요하다. 늘 시간은 부족한 법이니까.


-5시 기상(눈뜨면 뒤척이지 말고 바로 일어난다.)

-기상 후 계란, 고구마 삶기. 주스 제조

-아침 독서 후 출근 준비

-출근 운전 50분 동안 학교 업무 관련 영상 시청

-출근 직후 입시 관련 기사 정독

-퇴근 운전 동안 철학 관련 영상 시청, 밤에 쓸 브런치 기획

-퇴근 후 육아, 육퇴 후 9시부터 엑셀, 파워포인트 연습

-10시부터 브런치 글쓰기


저러한 생활이 루틴이 되어 습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저러한 루틴을 계획하는 것, 브런치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삶을 재정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나를 계발하는 것, 이 모두 셀레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는 일은 적당한 긴장과 함께 나를 성장시킨다.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보람을 느끼게 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나를 기대하게 한다. 더 나은 내가 되면 좋겠다.


이러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외로움이다. 출퇴근 편도 한시간에 가까운 운전 시간 동안 음악만 듣기에는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정리해야겠다고 느꼈다. 외로움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학교에 적응한다고 마음이 무거웠던 작년과는 다르게 학교 생활에 심적인 여유가 생기다 보니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런 측면에서 적당한 외로움은 나를 계발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긍정적인 감정이다. 만약 바쁜 일이 생긴다면 저러한 자기계발은 뒷전이 될지 모를 일이다.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그리고 더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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