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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경 Dec 28. 2019

결국 누군가는 열었어야 할 마음

Coldplay, ‘Daddy’

Daddy by Coldplay


아빠, 거기 있어?
아빠, 와서 나랑 같이 놀지 않을래?
아빠는 나 안 보고 싶어?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이번 콜드플레이 신곡 ‘Daddy’는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이 자신이 아버지로서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면서 쓴 가사라고 한다. 마틴 주니어에게 인기 절정의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는 늘 투어 때문에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이다(“You’re so far away / Oh, you’re so far away”). 어린아이답게 두서없이 떼를 쓰는 말들. “와서 나랑 같이 놀지 않을래?”. “나 안 보고 싶어?”,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등등. 끝에 가서는 “와서 딱 하루만 있으면 안 돼”냐고 묻기도 한다(“Wont you come and won’y you stay? / One day / Just one day”). 하지만 아빠는 속절없이 “서둘러 달아”난다(“Daddy, why’d you run away?”). 많이 미울 거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틴 주니어는 이렇게 한 발 물러선다. 아니, 한 발 나아간다.


나도 알아
아빠도 많이 아프지
그치만 난 아빠가 필요한 걸


그리고


아빠, 거기 있다면
아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빠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단 거야
아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 아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난 괜찮아


아빠도 힘들단 걸 이해한다고, 난 괜찮다고 말한다.




한 시트콤에서 어느 딸은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 아빠도 애쓰고 있단 건 알겠어. 그렇다고 아빠가 저지른 실수들이 다 사라지는 건 아냐. 아직 다 괜찮아진 것도 아냐. 그리고 오늘은 모두가 편안히 시간을 보내도록 내가 비위를 맞춰야 했어.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야만 했지. 아빠에게 중요한 날이라고 내가 모습을 보여야 했어. 정작 아빤 내게 중요한 날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말야. 내가 그렇게 온갖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돼. 더 그릇이 큰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어야 하잖아.” 그릇이 큰 사람은 어른들이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고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말이지만, 필요하다면, 아니 가능하다면, 때론 마틴 주니어처럼 아이 쪽에서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그 모습은 대견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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