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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경 Jan 23. 2020

소리 질러! 몸을 흔들어!

Capital Cities, ‘Vowels’

Vowels by Capital Cities


끝내주는 그룹이다. 레트로 사운드야 이제 발에 치일 정도이지만 이렇게 싼마이 감성으로 빈틈을 꽉꽉 채워넣은 그룹은 오랜만인 것 같다. 이 정도면 멜로디며 리듬이며 필요한 반주는 다 들어간 거 같은데 꼭 악기가 한두 개씩 더 치고 들어와서는 어깨를 흔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앨범 전곡이 발군이니 ‘Vowles’가 마음에 드시는 분은 다른 곡들도 꼭 찾아보시라.


그나저나, ‘Vowles’의 화자는 뭔가 터뜨리고 싶은 감정이 많아 보인다.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는 말로 포문을 열고 1절 말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허파에 감정 덩어리가 줄줄이 소세지로 걸려 있어
전부 사라지기 전에 얼른 내뱉어야 해 내뱉어야 해


그게 어떤 감정인지 말로도 해 줄 수 있고 또박또박 써 줄 수도 있고 마이크에 대고 읊어 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언어로는 딱 집어 말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찌나 답답한지 화자는 “혀 끝에 통역기라고 달아야겠”다느니 “정신과 의사한테 마음 좀 읽어 달라고 해야겠”다느니 “셰익스피어를 데려와서 대신 몇 줄 써 달라고 해야겠”다며 깜찍한 앙탈(?)을 부린다.


그럴 수는 없으니 화자가 택한 방책은?


이제부터는 모음만 사용할 테야

에- 에-
오- 오-
이- 이-
우우우우- 우우우-


그래, 묵혀 두면 뭐하나? 이렇게라도 질러야지.




한국에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는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너무나 소극적이고 서투르다는 점이다. 일전에 어느 프로에서 스페인 친구 셋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자연스러운 스킨쉽과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말도 서슴지 않는 태도에 어찌나 감탄을 했던지! 우리는 그런 말과 행동을 어색해할 뿐만 아니라 감정은 속으로 삭이는 걸로 배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래와 춤은 전문적인 프로들이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정도와 선이야 있겠지만 이런 태도 때문에 인간관계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어찌나 많던지. 결국은 서로 공감하고 공감받으려고 살아가는 거 아니던가. 가끔은 모음이라도 좀 외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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