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어떻게 길어지는 것일까?
Q영어독해의 기본 3단계 원칙만으로도 웬만한 문장은 다 읽을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불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기본 이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3단계 원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크게 두 가지 남아 있다. 첫째는 문장의 필수성분 자체가 길어지는 경우이다. 이는 동사 뒷자리에 구나 절이 오는 상황을 통해 어느 정도 살펴보았다.
My serious concern is that people don’t care about the environmental problem.
내 깊은 우려는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He enjoys playing tennis.
그는 테니스 하는 것을 즐긴다.
Jerry wants to buy a new house.
제리는 새 집을 사기를 원한다.
Misty said that he had done with this world.
미스티는 세상과는 볼장 다 봤다고 말했다.
I wondered if she’s doing her best.
나는 그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주어 역시 길어질 수 있다.
Getting up early in the morning requires a lot of effort.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To see is to believe.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
That Jane loves Austin is a definite fact.
제인이 오스틴을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What I want is what I’ve got.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이미) 가진 것이다.
Whether she will come back or not depends on me.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돌아오지 않을지는 내게 달렸다.
모든 예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은, 주어나 보어나 목적어 등 필수성분이 길어진다고 한들 전부 여전히 ‘명사’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 “테니스 하는 것”, “새 집을 사기”, “세상과는 볼장 다 봤다(는 것)”, “그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보는 것”, “제인이 오스틴을 사랑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돌아오지 않을지”는 일반적인 명사보다 길기는 하지만 어쨌든 모두 ‘명사’이다.
주어나 보어나 목적어 등 필수성분이 길어진다고 한들 전부 여전히 ‘명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한 가지 문제는 ‘구나 절이 명사로 작동하는 경우’이다. 위에서 나온 예문 하나를 가지고 생각해 보자.
Getting up early in the morning requires a lot of effort.
이 문장을 Q영어독해의 3단계 원칙으로 끊어 읽으려면 첫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단독으로 나온 명사 덩어리’를 찾고 싶은데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그런 명사 덩어리가 보이지 않는다. “Getting up”은 어쨌든 ‘일어나다’라는 동사 아닌가? 실은, 동사가 아니다. 바로 이 “Getting up”이 명사 역할을 하는 준동사(본래 동사에서 나왔으나 동사 이외의 품사로 쓰이는 품사)이다. 이는 3단계 원칙의 두 번째 단계를 거치면 더 확실해진다. “requires”가 ‘요구하다’라는 서술어이기 때문이다. 이 서술어 앞에 있는 “Getting up early in the morning”이 주어일 것이다. 이렇듯, 동사 형태 혹은 문장 형태를 띄고 있지만 ‘-ing’ 같은 특수한 장치(앞서 말했듯 나는 이를 ‘마커’라고 부른다)가 달려 있어서 명사로 쓰이는 녀석들이 우리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두 가지 표적 중 하나이다.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에 마커의 위치가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커의 위치는 덩어리의 대가리, 즉 맨앞이다! 영어라는 언어가 큐를 전달하는 방식은 마치 도로 위의 표지판과 같다. 언어 사용자에게 ‘미리’ 무엇이 나올지 예고하는 언어인 셈이다. (반대로 한국어는 내용이 먼저 나온 다음에 뒤에 조사나 어미가 붙는 식으로 그 내용이 문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리한다.) 당연히 큐를 담고 있는 마커 역시 구나 절의 대가리에 위치해야 한다. 위에 나온 문장들을 예로 들어 보자.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초록색으로 하이라이트한 명서 덩어리의 맨앞에는 볼드체로 ‘that’, ‘-ing’, ‘to’, ‘if’, ‘what’, ‘whether’와 같은 마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얘네들이 “앞으로 나올 구나 절은 명사 덩어리로 쓰인 거예요!” 하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마커의 위치는 덩어리의 대가리, 즉 맨앞이다!
나머지 표적은 영어 문장을 겹겹이 늘리는 주범, ‘수식어’이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영어에서도 수식어는 형용사 역할을 하는 ‘관형어’와 부사 역할을 하는 ‘부사어’가 존재한다. 관형어는 명사를 꾸미며 부사어는 형용사, 부사, 문장을 꾸민다. 우선 관형어 예문들로 시작해 보자.
The cup on the desk is not mine.
책상 위에 놓인 컵은 내 것이 아니다.
Jane seems to be looking at the guy playing the piano.
제인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Paul made the crowd who had gathered in the yard quite angry.
폴은 뜰에 모인 사람들을 꽤나 화나게 만들었다.
He bought her daughter a house where a lot of things would happen down the road.
그는 딸에게 장차 많은 일들이 벌어질 집을 한 채 사 주었다.
여기서 “on the desk”(“책상 위에 놓인”), “playing the piano”(“피아노를 연주하는”). “who had gathered in the yard”(“뜰에 모인”), “where a lot of things would happen down the road”(“장차 많은 일들이 벌어질”)는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명사나 동사 덩어리처럼 보이거나 문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부 맨앞에 ‘on’, ‘-ing’, ‘who’, ‘where’라는 마커가 붙어 있기 때문에 문장 내에서 역할이 바뀐다. 이 경우에는 모두 형용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각각 앞에 나오는 명사, 즉 “the cup”, “the guy”, “the crowd”, “a house”를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형어 마커들이 “앞으로 나올 구나 절은 형용사 덩어리로 쓰인 거예요!” 하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마커를 동반한 관형어의 경우 그 위치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을 보면 초록색 하이라이트한 덩어리, 즉 (마커를 동반한) 관형어 덩어리가 모두 어떤 공통된 위치에 와 있는가? 네 경우 전부 명사 덩어리 뒤에 와 있다. 첫 문장의 경우 주황색 덩어리, 즉 주어 뒤에 초록색 덩어리가 붙어 있고, 나머지 세 문장의 경우 파란색 덩어리, 즉 서술어가 데려오는 명사 덩어리 뒤에 초록색 덩어리가 붙어 있다. 다시 말해, 관형어 덩어리는 명사 덩어리 뒤에 관형어 마커를 붙임으로써 만들 수 있다! (이는 영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
관형어 덩어리는 명사 덩어리 뒤에 관형어 마커를 붙임으로써 만들 수 있다!
다음은 부사어 예문들을 살펴 보자.
In such a bad situation,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stay calm.
그처럼 나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하는 것이다.
We need to stand united to win the fight.
우리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
Dancing on his own all night long, he felt quite lonely.
밤새도록 혼자 춤을 췄다 보니 그는 살짝 외로웠다.
Janet, when she was young, didn’t like dumplings at all.
자넷은 어릴 때 만두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여기서 “In such a bad situation”(“그처럼 나쁜 상황에서”), “to win the fight”(“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Dancing on his own all night long”(“밤새도록 혼자 춤을 췄다 보니”), “when she was young”(“어릴 때”)은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명사나 동사 덩어리 혹은 문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부 맨앞에 ‘in’, ‘to’, ‘-ing’, ‘when’이라는 마커가 붙어 있기 때문에 문장 안에서 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모두 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서술어나 문장을 꾸며 주고 있다. 결국 부사어 마커들은 “앞으로 나올 구나 절은 부사 덩어리로 쓰일 거예요!” 하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마커를 동반한 부사어의 경우 위치가 어떻게 될까?
그림에서 초록색 하이라이트한 덩어리, 즉 부사어 덩어리는 어떤 공통된 위치에 와 있는가? 샘플이 적다 보니 추리가 힘들 수 있다. 정답은 ‘문장 바깥’ 자리이다. 첫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의 경우 주어보다 앞에 와 있다. 두 번째 문장의 경우 주어와 서술어가 끝난 다음 맨뒤에 부사어가 와 있다. 마지막 문장의 경우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그냥 들어온 게 아니라) 콤마를 찍고 삽입되어 있다. 다시 말해, 부사어 덩어리는 (1) 주어 앞, (2) 주어와 서술어 사이, (3) 문장 뒤에 부사어 마커를 붙임으로써 만들 수 있다! (역시 이를 기억하는 건 영작에 도움이 된다.)
부사어 덩어리는 (1) 주어 앞, (2) 주어와 서술어 사이, (3) 문장 뒤에 부사어 마커를 붙임으로써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학습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마커는 덩어리의 맨앞에 위치한다.
명사 마커는 뒤에 구나 절을 데리고 와 기다란 주어/목적어/보어를 만든다.
형용사 마커는 뒤에 구나 절을 데리고 와 명사 뒤에서 명사를 꾸민다.
부사 마커는 뒤에 구나 절을 데리고 와 문장 바깥 자리에서 서술어나 문장을 꾸민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독해 기술을 터득하려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거꾸로’ 가야 한다. 즉, 우리는 독해를 하다가 마커를 마주치면 “아, 이 자리에 마커가 왔으니 얘는 명사/형용사/부사로 해석해야지!” 하고 떠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Hit by a truck which was driven by a drunken driver, he, at the age of 24, died instantly.
이 문장을 독해할 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계 별로 차근차근 나열해 보겠다. (일단 큰 틀은 언제나 3단계 원칙으로 시작한다.)
단독으로 온 명사 덩어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Hit”은 과거분사(‘hit’은 삼단변화가 A-A-A 형) 마커를 달고 있다. (그러므로 동사처럼 보이지만 동사가 아니다.) 주어 앞자리에 왔으므로 부사 역할을 한다. “치인 뒤에” 정도로 해석한다.
“by a truck”은 전치사 마커를 달고 있다. (그러므로 명사처럼 보이지만 명사가 아니다.) “Hit” 뒤에 왔으므로 부사 역할을 한다. “트럭에 (의해)” 정도로 해석한다.
“which was driven by a drunken driver”는 관계대명사 마커를 달고 있다. (그러므로 문장처럼 보이지만 문장이 아니다.) “a truck”이라는 명사 뒤에 왔으므로 형용사 역할을 한다. “취한 운전자가 몬” 정도로 해석한다.
마침내 단독으로 온 명사 “he”가 보인다. 주어이다. “그는”으로 해석한다.
이제 단독으로 온 동사 덩어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at the age of 24”는 전치사 마커를 달고 있다. (그러므로 명사처럼 보이지만 명사가 아니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콤마를 찍고 들어왔으므로 부사 역할을 한다. “24세의 나이에”로 해석한다.
마침내 동사 “died instantly”가 보인다. 서술어이다. “즉사했다”로 해석한다.
결론적으로 전체 문장은 “취한 운전자가 몬 트럭에 치인 뒤에 그는 즉사했다.”로 해석된다.
이런 사고의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논리를 뽑아내면 다음과 같다.
특정한 마커가 보인다.
마커가 뒤에 어디까지 데려오는지 묶는다. (결국 마커가 뒤에 뭘 데려오는지 배워야 한다.)
마커를 동반한 덩어리가 문장 내에서 어느 위치에 왔는지 확인한다.
위치에 따라 품사를 정해 그대로 해석한다.
원어민이 글을 읽는 대로 독해를 하려면 우리 모두 이런 사고과정을 체화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마커를 하나도 학습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복잡해 보일 수 있다. 앞으로 전치사, to부정사, 동명사, 분사, 접속사, that, 의문사, 관계대명사, 선행사를 포함한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선행사를 포함한 관계부사, 복합관계대명사, 복합관계부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영어가 마커를 통해 보내는 큐를 완벽히 배우도록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