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어' 웹툰 애독자 모여라
게임 유튜버 침착맨이 어렸을 적 읽던 옛날 게임 잡지를 리뷰하는 영상을 봤다. 잡지를 읽으며 게임 공략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게임을 상상해 본 적도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잡지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웹툰을 좋아하는 지금의 10대가 너무 부럽다.
나는 잡지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다는 걸 스무 살이 넘어서야 알았다. 그전에는 잡지는 미용실에 있는 패션 잡지뿐이라 생각해 패션이나 뷰티에 문외한인 나와는 먼 존재였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건축, 과학, 문학 등 정말 다양한 주제의 전문 잡지가 있었다. 이번에 새로 창간한 ‘매거진 조이’는 잡지의 영역을 더욱 넓혔다.
‘매거진 조이’는 단 하나의 작품, 오직 한 명의 작가, 오로지 팬만을 위한 국내 최초 웹툰 전문 잡지다. 1호인 창간호의 주제는 최근 성황리에 완결한 ’집이 없어‘다. 웹툰 매거진답게 글 만큼이나 다양한 웹툰 장면들이 수록돼 있다. 이에 더해 작가 인터뷰, 작업 과정 등 웹툰 비하인드는 물론 엽서, 인생네컷 북마크 같은 특별 굿즈도 있다.
일반인과 오타쿠를 구분하는 유명한 기준이 있다. 콘텐츠를 다 보면 끝인 일반인과 달리 오타쿠는 콘텐츠를 다 본 순간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캐릭터별 특징과 서사가 잘 정리되어 있고 칼럼니스트, 만화 평론가, 에디터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리뷰가 있어 ‘집이 없어’에 팬심이 깊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사실 나는 ‘집이 없어’를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웹툰과 웹소설을 스트레스 탈출구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웹툰 매거진’이라는 형식 자체가 반가워 창간호를 읽게 됐다. ‘매거진 조이’는 아직 안 읽은 사람도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편집돼 있다. 오히려 장편 웹툰에 장벽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라면 잡지로 작품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게 좋은 해결책일 수 있겠다.
재밌었던 포인트는 필자의 직업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칼럼니스트이면서도 누구보다 작품에 진심인 독자 위근우님은 ‘집이 없어’가 청소년의 아픔과 성장을 솔직하고 시혜적이지 않게 표현했다는 점을. 에디터인 견유빈/조유진 님은 공간적인 관점에서의 기숙사를. 만화평론가인 이용건 님은 화해를 둘러싼 웹툰의 경향을 다뤘다. 혼자서 작품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후기들도 접하면 작품에 대한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작품의 팬과 웹툰, 서사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단 하나의 잡지. 창간 주기를 조사했으나 아직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발하게 발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호들에는 미리 투고를 받아 일반인 독자들의 작품에 대한 일화나 좋아하는 장면 등을 자세히 담으면 공감의 폭이 더 커지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리뷰를 한 곳에 몰아넣기보다 작품 소개 파트 중간마다 넣으면 더 콘텐츠가 다채롭게 느껴질 것 같다.
좋아하는 분야의 잡지인 덕분에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편집했을까?‘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있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250여 페이지의 ’집이 없어‘ 아카이브. 웹툰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야무지게 누리고 싶다면 ‘매거진 조이’과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