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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입대

by 최종일

지난 주, 둘째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충북 괴산 인근의 훈련소입니다.


입소 며칠 전부터 분주히 입소 준비물을 챙기고,

하루 전날 머리를 빡빡 밀고,

아침 산책길에서 '아~ 군대 가기 싫어'를 외치던 아들이

드디어, 입소했습니다.


예전, 제가 입소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나오니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너 훈련소 들어가고, 아버지가 훈련소 문을 한참 쳐다보고 계셨어'

제 아버지는 엄청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아들을 훈련소 보내고 나면 어떤 감정이 들까?


아내는 '울컥하겠지'라며 벌써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어릴 때 느꼈던 '군인 아저씨'가 부모에게는 여전히 '애기'더군요.


입소식 마치고, 저녁에 아내가 제 감상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 별로 특별한 감정이 없었습니다.


'이 더위에 고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방학이라고 매일 늦잠 자고, 점심 때 일어나 밥달라던

뭐 하나 치워버려서 좀 시원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제 아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주말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아들에게서 한 가지 변화를 찾았습니다.

항상 웅얼거리던 아들의 목소리가 엄청 커졌더군요.


'다음 주말에 또 전화하겠습니다'

21년 키우면서 아들의 또렷한 '다나까'체는 처음 들었습니다.


적응할만 하고 특히 밥이 맛있다는 말에 안심이 됩니다.

우리 아들은 밥을 참 중요시 합니다.


훈련 잘 받고 군복무 잘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p.s: 입소식에서 '부모님에 대하여 경례'를 합니다. 이때 좀 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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