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솔루션 아키텍트(SA) 팀 리더로 일하던 시절,
조금 독특한 영업대표가 있었습니다.
그는 영업의 R&R을 일반적인 범위보다 넓게 정의했습니다.
자신이 영업 기회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고객 대응, 내부 조율, 제안 방향 설정까지 모두 주도했죠.
한마디로 ‘그립’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협업하는 SA 입장에서는 꽤 힘듭니다.
단계마다 끊임없는 피드백과 세세한 요청이 이어지고,
요구하는 역량 수준도 높았으니까요.
그런데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고객 초기 미팅에서 제품 소개를 직접 맡는다는 겁니다.
보통은 SA에게 부탁하는데 말이죠.
물론 그의 발표는 기술적 세부보다는 가치, 로드맵, 사례 중심이었고
이후의 기술적인 설명은 SA에게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방식에 장점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품 소개를 자주 하다 보니 어느새 기본 기능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SA는 그 영업의 가치 중심 메시지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초기 제품 소개는 영업이 한다’는 작은 합의를 시작으로,
서로의 기대치를 점차 정리해 갔습니다.
지금도 무리 없이 잘 협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영업이 SA에게, SA가 영업에게 바라는 점은 늘 존재합니다.
이전 회사 영업 부사장이 제 책 서문에 남겨준 글이 떠오릅니다.
“영업 전문가는 기술 이해도를 좀 더 높여야 하고, 엔지니어는 기술만이 아닌 영업 마인드를 갖춰야 할 시대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프리세일즈 #presales #R&R #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