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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제품을 팔아라?

by 최종일

공개 세미나 준비 중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딜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몇 개의 딜이 떠올랐습니다.
검증 과정이 길었던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있던 경우 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딜이 있습니다.
그 딜이 특히 어려웠던 이유는..

'없는 제품'을 팔아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라는 기술 트렌드가 한창 유행이었고,
회사는 이 트렌드를 선점하고 싶어 했습니다.
즉, 회사의 사활을 건 GTM 전략이었죠.

당시 회사 경영진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제품은 아직 없지만 금방 만든다."
"일단 첫 번째 고객을 확보해라."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품 소개서부터 만들었습니다.

고객에게 소개하고 기술 회의를 진행했지만,
예상대로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이대로는 전략이 실패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아키텍처 분석 컨설팅을 진행하자'

전체 아키텍처가 바뀌는 큰 변화이므로,
사전 분석이 필수라고 설득했습니다.

2개월간 고객사에 상주하며 시스템/서비스를 분석했습니다.
다행히 고객의 배려로 컨설팅 비용까지 확보했죠.

저 포함 3명이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고,
프로젝트 종료 보고에서 우리가 제안한 '아키텍처 개선 방안'이
아주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컨설팅 기간 중 R&D 팀원이 자주 방문했습니다.
고객의 문제점, 요구사항, 필요한 제품 기능을 심도 있게 논의했죠.
사실상 제품 기획 회의였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니즈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제품 개발 시간도 확보했습니다.

프로젝트 종료 보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은 구매 계약서에 싸인했습니다.

두 달간 고객 니즈를 깊이 파악한 컨설팅 덕으로,
없는 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계약 후, 고객이 말하더군요.
"솔직히 너네 제품 없지?"
"개선 방안대로 잘 만들어 줘"


글을 쓰고 보니 어렵기만 했던 딜은 아니었네요.
가장 재미있고 보람찬 딜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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