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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언어로 일하기

by 최종일

한 기업에서 '솔루션 아키텍트 워크숍'을 할 때의 일입니다. 하루 종일 진행한 이 워크숍의 주제는 '솔루션 컨설팅을 더 잘하는 법'이었습니다.


현직인 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였고, 참석자들의 경력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솔루션 컨설팅을 막 시작한 분과 15년 이상 경력인 분이 섞여 있었죠. 설명의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밸런싱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프레임워크를 설명하고 템플릿으로 실습할 때였습니다. 템플릿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당연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반면 15년 차 경력자는 굳이 템플릿에 내용을 채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템플릿의 틀이 이미 머릿속에 내장되어 있어서인지, 막힘없이 술술 설명하더군요.


워크숍이 끝나고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전문성의 역설
15년 차는 "어떻게 그렇게 구조화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뭐.. 생각한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너무 능숙해지면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암묵지가 되어버린 겁니다.


둘째, 경력자에게 프레임워크는 검증 도구
초보자에게는 길잡이지만, 경력자에게는 자신의 사고 과정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가 됩니다. 실제로 한 참석자는 "제가 이해하고 있던 것이 틀리지 않았었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진짜 취지는 정렬
워크숍은 개개인을 '더 잘하게' 만드는 시간이라기보다는, 경력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언어로 협업할 수 있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15년 차의 머릿속 구조를 팀 전체가 공유하면, 이제 팀은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 이후 설문 조사에서 대비되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경력이 짧은 분은 "실무에 바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경력자는 "대부분이 아는 내용이었지만,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다."라는 반응을 주셨습니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피드백이었습니다. 이 워크숍이 누군가에겐 시작이, 누군가에겐 정리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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