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감정이 어렵다면 이렇게! )
다섯 살 우리 아들은 요즘 ‘마음’을 색깔로 표현하곤 한다.
시작은 이랬다.
평소 곧잘 어울리던 또래 친구와 어느 날은 내내 놀지 않으려 했다.
이상해서 물었다.
“무슨 마음이었어?”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친구)가 까만 마음이어서 싫었어.”
“까만 마음? 그게 어떤 마음인데?”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 같이 안 놀 거야?”
“(친구) 마음이 하얀색이 되면 그때 놀 거야.”
알고 보니, 놀이 도중 친구가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토라져선 마음의 문을 닫았던 것.
그 친구의 마음을 아들은 ‘까만색’으로 느꼈고,
다시 착하고 다정해진 상태를 ‘하얀색’이라 부른 것이었다.
⸻
그 즈음부터 아이는 계속 자신의 마음도 색깔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루하 지금 빨간 마음이야!”
“빨간 마음? 그게 무슨 마음인데?”
“화! 난! 마! 음!”
또 어떤 날엔,
“이제 마음이 파란색이 됐어.”
“파란색? 그건 무슨 마음이야?”
“엄-청 행복한 마음!”
혹은 피규어 인형놀이 중,
“ 마음이 보라색이야.”
“보라색은 어떤 마음인데?
“슬픈 마음이야.”
이처럼 아들은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도 색을 입힌다.
“엄마는 지금 어떤 색 마음이야?”
“(길에서 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친구, 지금 마음이 빨간색이야?”
묻기도 한다.
⸻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마음의 세계’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복잡한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다는 건,
아이의 눈높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순수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
생각해보면, 어른들 중에도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감정을 모르겠고, 타인의 마음을 마주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사람들.
그럴 땐, 아이의 방식을 빌려보면 어떨까?
굳이 어렵게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내 마음은 무슨 색일까?”
그저 그렇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우리의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흔들리는 에너지 같은 것이다.
그 실체 없는 마음에 ‘색’이라는 이름을 입혀 표현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
#마음의색깔 #감정교육 #아이와대화 #엄마의기록 #루하이야기 #감정의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