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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돌보는 마음으로

#육아스트레스대처법 #자신을밭일중인농부로여겨보기

by 웰시

육아는 어쩌면 농사와 참 많이 닮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더디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쉼 없이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다. 흙을 고르고, 물을 주고, 햇빛을 맞게 하는 일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벌레가 잎을 갉아먹기도 한다. 그럴 때 농부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을 그저 받아들인다. 자신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묵묵히 밭으로 나선다. 부모의 하루도 그렇다. 아이의 마음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찾아올 때, 우리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또 하루를 견뎌낸다.

요즘은 육아를 ‘고된 노동’이나 ‘끝없는 희생’으로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하고, 사랑보다 인내가 먼저 필요할 때가 많다. 어린 아기들을 돌보는 단계에서는 밤잠을 못 자는 것은 기본이고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니며 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어마어마한 떼를 감당해야 해 체력이 많이 소진된다. 조금 더 자라면 몸은 확실히 편해지지만 저도 하나의 인격체랍시고 점점 자신만의 세상을 형성해가는 자식과의 감정 씨름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버거운 일이 육아라고 해서 그 가치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농사에도 잡초 뽑는 일, 허리 굽히는 등의 수고가 있지만 그 수고가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않듯이 육아 역시 그런 반복의 시간이 있는 덕분에 비로소 아이가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됨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생명이 자라는 소리인 것이다.

농부가 흙 속의 씨앗을 믿듯, 부모는 시간을 믿어야 한다. 지금은 빠른 변화가 없는 듯 보여도, 그 안에서는 매일매일 조용히 뿌리가 뻗고 있다. 아이의 웃음 한 번, 품 안에서 잠든 온기 하나하나가 그 증거일 것이다. 세상이 효율과 속도를 중시할수록, 육아를 하며 느끼게 되는 이 느리고도 불완전한 시간의 의미는 더 깊어진다.

육아는 결국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농사가 세상을 먹여 살리듯, 육아는 다음 세대를 숨 쉬게 한다. 하루하루 흙 묻은 손으로 씨앗을 돌보듯, 육아를 하는 모든 이들은 지금 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 있는 중이다. (혹시 매일 이른 아침, 종달새처럼 기상하는 아기로 인해 힘들다면 새벽 닭 울음소리에 눈꼽만 떼고 밭으로 향해야하는 부지런한 농부의 삶을 그려보라. 그리고 자신이 농부가 된 것이라고 자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보라.) 비록 지금은 이른 새벽 추위를 온 몸으로 맞아내야 하고 때론 뙤양볕 아래 또는 비바람 속을 걷는 날일지라도, 언젠가 이 모든 수고가 푸른 들판처럼 빛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이 길이 고된 만큼,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싹 틔우기위해 그토록 땀흘려야 했고 고됬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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