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비뚤비뚤해진 글을 다시 잘 정리하는 것 순간순간의 빛을 연결하는 것 스쳐가는 바람과 비와 햇살을 모으는 것
산다는 것은 너와 나 힘들어 하고 더러는 환호하는 것
시인을 꿈꿨던 어릴 적이 있었다. 운문 분야라 칭하던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제법 시인으로써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붙으니 틈틈이 시를 쓰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크린도어 한켠에 게시된 시를 읽는 일은 지옥철의 불쾌함을 반감시키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오늘 퇴근길에도 멍하니 지하철을 기다리다 한 편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짧고, 간결하고, 복잡하지 않은데도 어쩜 이리 풍부할 수 있을까. 나는 저 사는 순간 어디쯤일까. 고작 비뚤비뚤해진 글을 다시 정리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도 몇 번은 더 고쳐 쓸 순간이 남았겠지. 과연 조희길 시인은 힘듦과 환호를 몇 번이나 오가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을까. 우연히 내가 이 곳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저 시를 만난건 힘듦의 투정만 늘어놓는 나에게 환호의 순간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일까.
삼사분 사이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좀처럼 정리되지는 않는다. 산다는 것이 그렇다는 거겠지. 쉽게 정리할 수 없지만 많이 살아보고 난 다음엔 잘 정리된 한 편의 시가 되는 것. 그 안엔 내 삶이 지나온 순간순간의 빛과 이제는 스쳐 지나간 풍파, 다시 찾아온 햇살 사이 힘듦을 이겨내고 환호하는 너와 내가 있기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