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문외한이었다. 예술은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껴둔 케이크 위의 체리 같은 것이었다. 언제나 관심은 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뒤편이었다. 컴퓨터 전공자로 직장 생활을 수년 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니 예술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감탄이 나올 만한 수준의 그림, 시, 음악을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 나와 같은 초심자도 간단한 사용법을 익히고 어렵지 않게 그럴듯한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생성 AI의 등장으로 예술 참여자의 창작 활동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생성 AI는 창작활동의 생산성, 품질, 확장성에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는데 3분, 만드는데 150분"이라는 웹툰 제작 환경에서 AI는 배경 생성, 펜 터치, 채색 등에 보조로 활용된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은 드라마 카지노에서 60대 최민식 배우가 30대의 젊은 시절연기를 가능하게 했다. 시청자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한 사례이다. 그리고 K-콘텐츠 애니메이션 뽀로로는 TTS(음성 합성 AI) 기술이 적용되어 배우의 목소리 특징을 보유한 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로 변환되어 출시됐다. 이렇게 AI는 창작 활동에서 제작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간 언어적 장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생성 AI의 발전은 예술의 대중화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고민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예술 참여자가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존 예술가들의 역할과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AI 전문가 니나 시크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의 토론회에서 “2025년까지 콘텐츠의 90%가 생성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발전 속도는 경쟁적이고 가속화되어 어떤 특정 사람이나 국가에서 쉽게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슬퍼하고만 있을 순 없다. '문이 닫히면 창문은 열린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닫힌 문에 집중하지 말고, 열린 창문을 찾아야 할 때이다.
첫째는 AI와 함께 하는 세상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AI와 친해지려면 직접 AI를 사용해 보거나 AI를 만드는 개발자 동료와 협력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즉시 실천해 볼 수 있고 하루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GhatGPT 또는 AI 이미지 생성을 검색해 보자. 무료로 AI 창작물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이 넘쳐난다. AI로 시를 써본 적이 있는가. AI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는가. 어렵지 않다. AI라는 새로운 동료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AI와 대화하는 법을 익혀보는 것이다. (이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그리고 만약 주변에 AI를 만드는 개발자가 있다면 그들과 소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I와 공존하고 협력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기회는 생성 AI가 불러온 예술 대중화이다. 한국에서 열리기 시작한 Frieze와 Kiaf 같은 아트페어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Kiaf SEOUL 2023은 5일간 총 8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미적 안목이 올라가고 있는 분명한 시그널이다. 나와 같은 문외한들이 예술을 배우고 싶어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화가가 누구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는데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다. 나 또한 미술 학원에 등록하여 1년이 넘게 그림을 배우고 있고, 작가의 전시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커피와 와인의 맛을 알아가듯 예술을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보통의 예술 참여자들도 커뮤니티를 만들고 개인전을 하는 날이 올 것으로 상상된다.
생성 AI의 등장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고민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히 역할 변화와 일자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문외한으로 시작한 나의 예술적 여정이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예술의 미래는 기술과 예술가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예술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