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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진 Feb 12. 2023

술이 詩를 쓴다

술이 시를 쓴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술이 고프다

내 기준의 웰메이드 드라마는

인간의 군상들을 잘 녹인 각본이다

인간의 민낯을 잘 파헤친 연출이다

인간의 면면을 잘 살린 연기다

이 세 가지 조합이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명작이 된다


인간이 고고한  품격의 성숙함을 얻는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내 인고의 삶

원망도 많았던 절망같던 내 삶

하지만

나는 이제 담담하게 웃는다

야망만 좇아 양심을 잃고사는 이들을

관조하며 볼 수 있는 담담한 여유를 얻었기에,

그 어리석음을  깨달았기에


내 삶이 탄탄대로였다면

나 또한 시건방진 삶을 살았을 테지

아니 더 우아한 척하며

삶을 통달한 냥 어줍잖게

강단에도 섰을 테지

다행이다

나에게 낮은 삶을 주셔서


삶의 쓴 맛 제대로 맛 보고있는

아직 불안한 내 삶이지만

감사하다고 감히 말한다

가만히 있어도,

굳이 센 척 잘난 척 해보이지 않아도,

내세울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빈손인 '나'이어도,

함부로 보여지지않는다는

 '나'를 만들어주심에


지나간 메이드 드라마를 보며

술이 고파 술을 마셨다


오늘도 내 시는

술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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