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이 하는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주인공이길 꿈꾼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의 자리는 누구에게나, 원하는 때에주어지는 건 아니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마빈'과 '매미'처럼 때로는 지독한 조연으로 남는 우리의 사랑을 조명해본다.
19살에 처음 만난 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의 첫사랑이다. 첫 만남, 첫 키스, 처음 간 카페까지 기억할 정도로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다. 20살이 된 준세이와 아오이는 약속한다. 10년 후 30살이 되는 해 아오이의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기로. 시간은 흘러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은 결국 헤어졌지만 몇 년 뒤, 운명처럼 피렌체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마빈'이라는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 아오이. 얼떨결에 그들의 집에 초대받은 준세이는 완벽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자신의 현실을 뼈아프게 직시한다.
완벽한 남자 '마빈'
아오이와 동거하는 남자 '마빈'. 그는 좋은 직장, 넓은 집, 다정하고 온화한 성품, 아오이를 향한 사랑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남자'다. 그런 완벽한 남자와 함께하지만아오이는 왠지 불행해 보인다.
아오이와 마빈
사랑을 구걸하는 여자. '매미'
준세이도 만나는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매미'. 그녀는 준세이가 심드렁하게 행동해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의 곁에서 항상 머문다. 언젠가 그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길, 그가 그녀만을 바라보는 날이 오길.. 그녀는준세이의 사랑을 구걸하는 중이다.
매미와 준세이
남는 여자. '아오이'
떠나가는 남자. '준세이'
마빈은 아오이에게 함께 LA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아오이는 그를 포기하고 혼자가 되기를 택한다. 자신의 사랑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준세이밖에 없는 것임을 그제야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여전히 준세이에게 매달리고 있는 매미는 피렌체를 떠나는 그를 따라 일본까지 따라왔지만, 결국 다시 아오이를 찾아 돌아가려 하는 그를 붙잡고 최후의 고백을 쏟아낸다.
'언젠가는 준세이가 나만을 바라봐주기를 바랐어'
그 고백을 들은 준세이도 그제야 솔직하게 매미에게 고백한다.
'나의 사랑은 아오이뿐이야.'
그리고 마침내 혼자가 된 두 사람은10년 전 약속한 대로 두오모에서 다시 만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결국 재회하고, 그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마빈과 매미, 그리고 나는 솔로 6기 광수의 고백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하는 연애 시장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아오이와 준세이보다는 매미와 마빈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영화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나서도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 건 준세이와 아오이가 아닌 매미와 마빈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의 전 회차를 통틀어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긴 사람, 6기 광수. 출연 내내 옥순에게 마음을 표현해왔던 6기 광수는 최종 선택에서 자신이 선택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최후의 고백을 망설이지 않았다.
"별처럼 빛나는 너의 옆에서 나도 잠깐 빛을 낼 수 있어서 좋았어. 너의 드라마에서 나는 지나가는 조연일지도 모르지만 내 드라마에서의 주인공은 너였어."
그의 고백은 담담했지만, 저릿한 울림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님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광수는 그걸 인정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가려진 조연의 사랑은 치열하고 아프다. 그래서 아름답다.
어쩌면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그저 곁에 마빈과 매미를 두었던 아오이와 준세이보다, 솔직한 갈망으로 그들 곁에 머물었던 마빈과 매미의 사랑이 더 진실될지도 모른다.
사랑의 조연이었던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지금은 당신들의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었냐고, 설령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해도 괜찮다고 당신들의 사랑은 이미 아름다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