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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08. 2023

신축 살다 28년 된 구축살기

[28년산 구축 적응록] #1.구축, 냉기 없애기 프로젝트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서 6년을 살았다. 따듯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신축 아파트에 큰 불만 없이 아이를 키우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주변에 학원도 없고,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근처 중학교 성취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들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지라 고민이 앞섰다. 10분 거리 위치에 학원과 인프라가 완벽한 학군지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옮기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사를 주저한 이유는 그곳이 28년 된 구축이기 때문이었다. 아파트는 사람과 달라 28세면 벌써 노년에 가깝지 않은가. 처음부터 살았다면 몰라도 신축에서 살다 구축으로 그것도 제대로 노화된 구축으로 옮긴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니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전세로 집을 옮겼다. 28세가 된 아파트는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아니 막상 와보니 마음의 준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구축의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진 것은 역시 추위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 집을 춥게 만드는 모든 것을 뜯어고치고 싶었지만 전셋집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방한에 특화된 벽과 문으로 만들어진 신축 아파트와 달리, 구축 아파트는 방한에 정말로 취약했다. 이번 이사 때, 외부 샷시를 전면 교체한 집이었지만 방한 면에서는 신축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이사 첫날은 양말을 신고 잤다. 둘째 날은 두꺼운 겨울 이불을 두 개를 꺼내 덮었다. 그래도 너무 추웠다. 신축인 우리 집이 너무 그리웠다. 애 교육이 뭐라고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이대로는 다가올 겨울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후회만 하며 보낼 수도 없었다. 그날부터 구축집 냉기 없애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구축의 추위를 극복했던 나의 노하우는 다음 세 가지였다.

가장 먼저, 문과 창문의 패킹을 모두 교체했다. 보통은 뾱뾱이라고 불리는 문풍지를 창문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방한을 위해서는 창문의 온도를 높이는 것보다 새어 나오는 바람을 막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이 집안 외풍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그 동안 관심도 두지 않았던 현관문과 창문의 패킹들을 살펴보니 너무 낡아 만지기만 해도 부서져 떨어졌다. 

28년된 고무패킹 교체

문고리를 고치러 온 아저씨께 주워들은 바로는 현관문의 패킹을 제대로 된 것으로 막지 않으면 찬 바람이 새어 나오는 것은 물론 결로까지 발생한다고 했다. 당장 현관문 고무패킹을 사서 현관문 틈새의 낡아빠진 고무패킹을 모두 뜯고 새걸로 교체했다.  창문틈의 단열 샷시털도 모두 뜯어 바꾸었다. 단열 샷시털을 교체하자 창문으로 새어 나오던 바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세월이 느껴지는 자동온도조절기 하루 종일 풀가동

두 번째 방법은 하루 날을 잡고 집안 모든 공간에 난방을 최대치로 틀었다. 구축은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게 들어온 터라 실수로라도 난방기 버튼을 돌릴까 봐 조심조심했었다. 그러나 바닥이 차가우니 냉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루 날을 잡아 온 집안에 난방을 모두 틀어 돌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난방이 돌기 시작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집안이 훈훈해졌다. 머리털까지 서게 만들던 찬 기운이 사라진 것이다. 난방을 틀기 전엔 공기를 데우겠다고 열풍기와 히터를 틀었었는데 이것들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오히려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공기가 따뜻해진 뒤로는 온열 가습기를 틀어 난방으로 인해 건조해진 공기의 습도를 조절하고 온도까지 따뜻하게 하여 집안의 온기를 유지 했다. 이제는 난방을 틀지 않아도 집안의 공기가 훈훈해져 이가 시리게 춥지 않았다. 




태양이 아닌 바람을 피하기 위한 커튼

[이미지 출처 : pixabay] 


세 번째는 의외로 커튼이었다. 신축에 살 때 커튼은 그저 햇빛을 가리거나 사생활을 보호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커튼은 굉장히 좋은 방한 용품이었다. 얇고 예쁘기만 했던 커튼을 버리고 방한 능력이 80% 이상 가능한 암막 커튼을 구매했다. 차가워진 창의 냉기와 이중창으로도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냉기를 빠짐없이 막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큰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생활의 변화도 필수적이었다. 먼저 환기는 해가 많이 들어와 있는 낮에 하는 것이 중요했다. 구축은 단열효과가 약한 만큼 한번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제 온도를 찾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을 여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했다. 또 겨울철 반팔, 반바지와도 안녕을 고하고, 얇은 옷을 겹쳐 입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이 과정을 겪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따뜻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만 닫고 살아도 25도를 유지하던 신축 아파트에 익숙해져 조금의 추위에도 몸을 웅크렸던 것 같다. 적당히 서늘한 공기가 면역 유지에는 더 좋다는 말들을 환기하며 정신승리 아니 정신무장도 해보았다.     

  

목적이 분명했던 구축 아파트로의 이사. 

이제 투덜거리는 것 대신 신축 아파트에서의 절절 끓었던 생활을 잊고, 구축 아파트에서도 따뜻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겠다. 며칠 뒤면 날이 차가워진다는 데 이제 두렵지 않다. 우리 가족이 구축에서 함께 찾은 노하우들이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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