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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Jun 23. 2021

글쓰기의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글쓰기 모드로 쉽게 전환하는 방법

오전에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람들이 덜 북적이는 시간대라 마음이 평온하다. 키보드를 두드려 오늘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짧게 일기를 썼다. 산만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생각에 집중하는 수단으로 글쓰기만 한 게 없다. 글을 쓰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생각의 파편들을 주워 담을 수 있다. 두서없는 생각을 가지치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일기를 쓰고 나서 아이패드 노트 앱을 열었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글쓰기 주제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고 이것저것 끄적이기 시작했다. 키워드를 나열해보다가 문장을 쓰기도 하고 그러다 일기처럼 쓰기도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펜을 놀렸다. 확실히 모니터만 바라보거나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때와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펜을 쥐고 뭐라도 끄적이는 편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매일 일정 분량으로 글을 써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분량을 정해두고 쓰는 것이다. 대략 A4 기준 한 장 정도의 분량으로 말이다. 지나치게 정제된 글의 형태가 아니라 조금은 편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쓰기가 짐으로 느껴지는 건 싫어서다.


부끄럽지만 지금껏 글 쓰는 일을 하는 동안 글쓰기가 쉽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어렵게만 느껴졌다. 기자로 일할 때도 그랬고, 시민단체에서 글 쓰는 일을 병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유기고가로 원고를 쓰는 지금도 그렇다. 이전과 비교해 조금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쉽다고 말하긴 어렵다. 글쓰기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런 때 조금 도움이 되는 것이 일기 쓰기와 필사다. 일기는 매일 쓴다고 할 순 없지만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일기 쓰기는 글쓰기 모드로 비교적 쉽게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아무래도 일기는 독자가 나 자신뿐이므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다. 일기 쓰기를 습관화하면 글쓰기의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필사는 다른 작가들의 문체와 표현, 글 구성 방식을 익히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필사로 예열을 하면 슬슬 발동이 걸리는 걸 느낀다. 필사가 좋은 건 이런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좋다. 필사를 하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면 종종 필사를 하곤 한다.


이런 방법들은 어떻게든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낮춰보려는 숱한 시도 끝에 체득한 나만의 방식이다. 꾸준히 쓰고자 한다면 글쓰기를 일상적인 작업으로 만들고 글 쓰는 데 필요한 근육을 길들이는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전에 곧장 글쓰기 모드로 진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글쓰기의 자장 안에 나를 들여놓고 보면 쓸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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