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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저 여행가 Apr 14. 2024

로또 맞은 후배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 김0도.


 종종 만나서 술 한잔 하는 친한 후배 이름입니다. 제가 이전 직장 다닐 때 같은 팀에서 일하며 친해진 사이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할 때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술 마시며 회사욕을 하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서로 먹고사느라 바빠서 자주는 못 만나고 있습니다. 한두 달에 한번 정도 만나곤 하는 사이죠.


 이 친구와 술 마시면 우리들만의 특별한 의식 같은 게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둘이 같은 번호로 로또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한 명이 그날의 술값을 계산하면 다른 한 명이 로또를 사는 식인데요. 같은 번호의 로또를 두 장사서 하나씩 나누어 갖습니다.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로또는 한 줄에서 6개 번호를 고르고, 이 6개 숫자가 모두 맞으면 1등에 당첨되는 것인데요. 저희는 이 번호들을 선택할 때, 공평하게 한 줄에서 한 명이 세 개씩, 둘이 여섯 개의 숫자를 선택합니다. 이렇게 해서 또 구매 용지에 5 줄을 모두 채우고 나면, 만원을 내고 같은 번호로 로또 두 장을 구매하여 한 장씩 나눠 갖는 겁니다. 1등 당첨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말이죠.


 하지만 저와 후배 사이에는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저는 평소에 로또를 거의 사지 않고 김0도와 술 한잔 마셨을 때나 사고는 하는데, 후배는 평소에도 생각나면 종종 로또를 사는 스타일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로또 추첨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인데요. 저는 토요일 저녁에 로또 추첨을 하고 나면, 이틀 후 월요일 아침에 신문을 보고 나서 로또 당첨 여부를 확인합니다. 제가 보는 신문에는 항상 지난주의 로또 당첨 번호와 1등 당첨금액이 게재되는데요. 이 당첨 금액을 먼저 본 후, 그 주 1등 당첨자 수가 적어서 당첨금액이 삼사십억 정도 하면 '아 이번주에는 꼭 1등이 되었으면 좋겠는걸!'이라고 야무진 생각을 하며 로또당첨 여부를 확인합니다. 만약 그 주에 1등에 당첨되신 분이 많아서 1등 당첨금액이 십억이 겨우 되는 정도라면 '아~ 이번주에는 굳이 1등이 되지 않아도 좋겠는걸!'이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면서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것이죠. 그래봐야 저의 최고 성적은 4등이 되어 5만 원 정도 받아본 경험이 전부 입니다만. 하지만 김0도는 두세 달 치의 로또를 확인하지 않고 모았다가 한 번에 확인하는 스타일입니다. 그게 더 흥미진진하다네요. 저는 이해가 잘 안 되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회사에서 유난히 정신없이 바쁘던 시간에 김0도에게 뜬금없는 카톡이 왔습니다.

"혹시 로또 확인해 보셨나요?"

"응. 다 꽝이던데?"

"우리 지난번 신도림에서 술마신날 샀었죠?"

"물론이지. 숫자 30개(6개씩 5줄, 중복 숫자 포함) 중에 꼴랑 두 개 맞았더라."

"아.. 그랬군요."

뭔가 불현듯 수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날따라 업무가 정신없이 밀려드는 바람에 금세 잊혔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 달쯤 지나서 김0도를 만났습니다. 소주 한잔 마시는데 잊혔던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더군요.

"저 그날.. 너무 억울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잤잖아요."

"응? 언제?"

"제가 로또 확인해 보셨냐고 카톡 보냈던 날이요."

뭔가 석연치 않았던 느낌이 퍼뜩 기억났습니다.

"아! 그날? 그래 너 말 잘했다. 혼자 로또 된 거야?"

김0도가 소주 한 잔 완샷하더니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3등 돼서 백삼십만 원 받았어요." 

"3등? 6개 중에 5개를 맞췄다고??"

"네. 근데 마지막 숫자 한 개가 정말 한 끗 차이였어요."

"아!! 그게 나랑 같이 산 건지 확인해 보려고 물어본 거구나."

"네.. 그게 신도림에서 함께 산건 줄 알았는데, 저 혼자 산거였네요~"

"그날 뭔가 수상하더라니."

"이제 제 인생의 로또 운은 다 써버린 것 같아요. 한 칸만 옆에 숫자 찍었으면 삼십억이었는데.."


 뭔가 상당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쉽겠지만 그래도 꽁돈 백만 원이라니...' 하는 현실적인 생각. 

'헐.. 김0도 혼자 삼십억 맞아서 회사 때려치웠으면 부러워서 돌아가실 뻔.' 짓궂은 생각. 

'인마는 이제 운을 다 소진했으니 앞으로는 로또를 혼자 사야겠는걸?' 같잖은 생각까지. 


그날 저녁 술값은 로또 3등 맞은 김0도가 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둘이 반씩 숫자를 고르고, 같은 번호의 로또를 두 장 사서 나눠가졌구요.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낙첨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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