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가서 즐기는 개인 여행 : 블레저
Bleisure = Business + Leisure
직장인 여러분, 회사업무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출장기간 내내 일만 하다 오시나요? 아니면 업무가 끝난 여유 시간에 뭔가 구경도 좀 다니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출장러들께서는 처음으로 방문해 보는 국가나 도시에 가셨다면,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날 여유 시간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유명한 관광지나 랜드마크 등지에 잠시라도 다녀오시는 것을 선호하실 겁니다. 재수 좋게 출장 일정 중에 주말이 껴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일정을 잘 조정해서 출장일정에 연차를 연결 사용하여 해외 출장지에서 개인 휴가를 즐기실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출장지에서 여유 시간이나 주말, 개인 휴 등을 활용하여 여행을 하거나 개인 레저활동을 즐기는 것을 블레저(Bleisure)라고 합니다.
블레저(Bleisure)라는 것은 비즈니스(Business)의 앞글자 'B'와 레저(Leisure) 합쳐서 만든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업무 출장으로 간 곳에서 여유시간에 개인 레저를 즐긴다는 의미인데요. 우리나라보다 기업 문화가 자유로운 유럽 쪽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업무 출장 갈 때 가족을 동반하여, 업무가 끝나고 난 후에는 가족과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 출장러들은 출장을 보내준 회사에 살짝 미안한 마음을 갖고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으며 이런 여행을 즐기곤 하실 텐데요. 왠지 회사돈으로 출장 와서 개인 여가를 즐긴다는 게 왠지 뭔가 땡땡이치는 느낌이기도 하고, 회사의 임원이나 팀장이 알아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블레저 여행을 회사가 앞장서서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의 80%를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15개가 주어지며, 연차는 2년마다 하나씩 증가하여 10년 정도 회사를 다니면 일 년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20개 정도가 됩니다. 한 달에 하나 이상씩을 꾸준히 사용해야 다 사용할 수 있으며, 연내 다 사용하지 못하면 회사에서는 남은 연차일수만큼 연차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사업이 너무 잘되어서 직원들 연차 사용하는 것보다 회사로 불러내 일 시키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이득인 회사의 행복한 사장님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연차 수당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연차 소진을 통한 회사 비용 절감을 위하여, 샌드위치 휴가 사용 권장(공휴일이 화요일이나 목요일인 경우, 사이에 낀 평일에 휴가 사용을 권장함), 리프레쉬 휴가 제도 운영, 연말 마지막주는 전사 일괄 휴가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블레저 휴가(Bleisure Vacation) 제도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직원들을 해외로 출장을 보내게 되면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북쪽이 막혀있는 섬나라로서, 해외 출장을 가려면 대부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합니다. 어차피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태워 보낸 출장지에서 업무를 잘 마치고 나면 개인 연차를 이용하여 개인비용으로 며칠 쉬다 오라고 적극 권장하는 겁니다. 좀 먼 곳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직원이라면, 중간 항공편 환승도시에서 스톱오버(환승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 항공기 경유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이 24시간을 넘는 경우) 여행의 형태로 쉬고 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가족들을 불러 며칠간 함께 여행을 즐길 수도 있겠죠.
해외출장지에서 공식 업무 끝내고 난 후 개인 휴가를 연결해 사용한다. 어차피 근로자 본인의 휴가를 사용하여 개인 비용으로 여행을 하는 겁니다. 직원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쉬는 하루보다는 좀 더 특별할 수 있는 이 연차는, 회사 입장에서는 특별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며, 손해 볼 것 없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소진시켜야 할 직원 개인 연차를 소진시킬 수 있으며, 블레저 휴가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휴가 사용을 독려하여 직원을 아끼고 생각하는 회사라는 명분도 챙길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에는 재택근무라는 것이 꽤 근사한 복지제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한 회사들은 업무에 차질이 발생되지도 않고, 직원들이 출근하여 사용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불필요한 사무실 규모를 줄여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출퇴근 시간을 만원의 대중교통에서 시달리던 직원들의 사기도 올리고 애사심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점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싼 돈 들여 해외 출장 보내놨더니 놀다 온다?' 얼핏 생각하면 직원만 이익이고 회사로서는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만 활용하면, 직원들에게는 큰 비용 안 들이고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일 수 있으며, 직원들의 연차를 소진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명성을 얻어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등 회사에 더 이익이 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출장과 여행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여러 직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등 제도를 운영하는 데는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겠지만요.
해외 출장 간 김에 개인 연차를 활용하여 여행을 즐긴다? 블레저라고 하는 이런 뭔가 그럴듯 하면서도 남의일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블레저를 잘 활용하면 직장인과 회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근사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